정신력으로 신장열세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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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남 배구 「주말의 대역전극」
한국 남자배구가 난적 독일을 꺾음으로써 바르셀로나올림픽 진출의 최대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한국은 앞으로 남은 알제리(26일) 이란(27일)과의 경기, 독일-브라질(26일) 독일-쿠바(27일)의 경기결과에 따라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번 대회에는 이미 올림픽출전티킷을 확보한 미국·소련·일본(이상 A조) 쿠바·브라질·알제리(이상 B조) 등 6개국 외에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한 팀에 올림픽진출권이 부여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림픽티켓 싸움은 한국·독일의 한판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알제리·이란을 모두 이기고 독일이 브라질이나 쿠바 중 어느 한 팀도 이기지 못하는 한 조 3위로 6강이 겨루는 결승 리그에 진출, 올림픽티켓을 손에 쥐게 된다.
한국은 한수아래로 평가되는 알제리·이란에는 낙승이 예상되나 독일이 쿠바나 브라질을 이길 경우 세트 득실을 따져 결승 리그 진출을 가려야하는 험로가 놓여있다.
한국이 독일과의 경기에서 고전한 것은 정보부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아시아선수권대회·월드리그를 통해 전력이 모두 노출된 반면 동·서독 통합 팀으로 9년 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독일은 그 전력이 다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독일은 공격을 주도하는 헝가리 출신의 그로사가 빠졌으나 공격·수비의 전력에서 한국보다 한 수위였으나 다만 통합 팀이란 핸디캡으로 팀웍의 문제를 드러냈다.
독일은 그동안 알제리·이란과의 경기에서도 주전을 제의시켜 전력을 감추는 등 오로지 대한국전에만 대비해왔다.
한국은 주전평균신장(1m93㎝)에서도 독일에 5㎝나 열세였다.
따라서, 한국은 블로킹이 26-15로 크게 뒤졌으며 브라질과의 첫 경기에서 풀세트격전을 벌이는 바람에 하종화 윤종일 등 주전들의 체력소모가 심해 이날 불리한 경기를 벌여야했다. 한국은 공격성공률에서 77-76으로 약간 뒤졌으며 다만 서브성공률에서만 40-30으로 앞섰을 뿐이다.
한국이 독일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올림픽진출여부에 한국배구의 명운이 걸려있다는 강인한 정신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방원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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