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례적인 고아원 위문|어린이에 의타심만 심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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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해마나 연말이나 명절·5월 5일 어린이날이면 어김없이 TV화면이나 신문지상을 통해 보게 되는 고아원위문공연이나 운동회등 판에 박은 것 같은 행사들.
클로스업된 모습에서 어린이들은 밝게 웃으며 손뼉치고 즐거워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과성행사는 일시적인 위로일 뿐 시설아동들에게 의타심이나 소극성·비굴함 등을 심어주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모은다.
이는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회장 홍강의)가 23일 서울 외환은행 본점 강당에서 「시설에서의 아동학대」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된 내용. 이날 발표가 박용택 사회복지법인 신강원 원장은 『이런 류의 후원 양식은 스스로 자신이 「고아원아이」임을 확인시켜줄 뿐 「평범한 아이」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는『고아원 냄새를 최소화하고, 가정적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노력을 정부·시설종사자·후원자들 모두가 기울여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또 시설아동과 후원자가 개인적인 관계를 맺는 개인 결연 후원도 이 방식의 강점으로 내세우는 「만남」이나 물질 이상의 관계를 실제 현실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결연 기관이 후원자를 개발하기 위해 아동이 처한 상황을 이용하는 측면이 다분히 짙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시설아동들에게 일시적인 즐거움이나 동정보다는 ▲근본적으로 보통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고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다루지 않고 개별적으로 다루며 ▲금전출납기록의 의무화 등을 통해 개인적인 책임감을 길러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이 박 원장의 대안.
한편 「시설에 수용된 장애아동학대」에 대해 주제 발표한 연세대 정보인 교수(재활과)는 『흔히 아동학대라 하면 매맞고 성폭행 당하는 물리적 학대만 생각하지만 지체아동이 교통수단이 없어 일생동안 집에 갇혀있거나 학교입학을 거부당하는 것은 더 심각한 학대』라고 지적, 『사회적 제도의 미비로 인한 아동학대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할 것』을 강조했다. <문경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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