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쓰레기 아래로 마구 던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공동체의식은 간 곳없이 「나 혼자 편하자」는 극단의 이기심만 가득 찬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를 치우던 환경미화원이 쓰레기분리수거 시책에 따라 가구별 쓰레기투입구를 막아버린 아파트 위층에서 버린 벽돌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서울 동대문구청 소속 이종덕씨(33·상왕십리동 81의3)는 지난달 11일 오후 4시쯤 청량리미주아파트2동 앞에서 작업도중 흰 벽돌에 맞고 실신, 동료들에 의해 인근 동산성심병원에 입원했다.
X선 촬영결과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으나 심한 통증으로 사흘동안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어 부인 김봉자씨(34)가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사고당시 운반차량 옆에서 쓰레기를 옮기고 있었지요. 아마 고층에 사는 주민이 아래층까지 내려가기 귀찮아 벽돌을 쓰레기 컨테이너에 던진다는 것이 빗나가 맞은 것 같습니다. 세 시간 전에도 같은 곳에 벽돌이 떨어졌다고 하더군요.』 이씨가 입원해있는 동안 아파트 2동 부녀회원과 관리소장·동료미화원들이 찾아와 위로했다.
부녀회에서는 「죄송합니다」고 쓴 성금봉투를 놓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관할 청량리 경찰서와 파출소에서는 『집집마다 살펴봤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형식적인 통보가 고작이었다.
이씨는 한 달간 치료를 받으며 상태를 관찰하자는 담당의사의 잔류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1일 퇴원했다.
아직 상처부위에 시퍼런 멍이 가시지 않고 조금만 무리하면 쑤시는 통증으로 매일 한방 침을 맞고 있지만 동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하나 뿐인데 무턱대고 누워있을 수가 있어야지요.』 소자본으로 남대문시장에서 손수레 옷장사를 하다 돈만 날리고 1년 전부터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는 이씨는 『미화원의 고충을 한번만이라도 생각하고 조금의 수고만 해주었다면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관내 청소용역을 맡은 곳은 J환경이었는데 성의 없이 일을 한다고 입주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구청에서 지원을 받아 이씨가 작업하던 중 다친 것이지요. 그 뒤 반상회에서 주부들이 유인물을 만들어 「공동체의식을 갖고 사고재발방지에 노력하자」고 결의까지 했습니다. 그런데도 가끔씩 쓰레기나 벽돌이 떨어지곤 하지요.』 아파트 관리소장 박건부씨(51)는 『아파트 생활은 몇몇의 이기주의가 전체를 욕 먹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봉화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