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맞춤법 지킨 첫 국어 대사전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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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성출판사에서 「국어대사전」이 나왔다. 61억 원을 들여 11년 간의 작업 끝에 약 40만 단어와 1991년까지의 최신 정보를 담았다.
이 사전의 최대 장점은 국내 처음으로 새로 개정된 한글 맞춤법·외래어 표기법 및 표준어 규정을 철저하게 지켰다는 점이다.
또한 풍부한 용례를 수록한 것도 큰 매력.
이인직의 신소설에서 80년대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이르기까지 약 1세기동안의 우리 소설·시·산문 등 주요작품과 신문·잡지·교과서 등에서 많은 예문을 찾아 수록했다.
이 때문에 어휘의 정확한 개념 이해는 물론 그 어휘의 뉘앙스와 어휘가 사용되는 정황 및 어떤 말과 호응하고 결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국내 최초로 학계에서 승인된 우리말의 어원을 밝히고 남북통일에 대비, 젖싸개(브래지어)·다리매(각선미)·여성고음(소프라노)등 북한언어 3천 단어를 수록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밖에 패러다임·통과의례·동시호가·퍼지이론·랩톱컴퓨터·홈뱅킹 등 기존 사전에 없는 새로운 인문·사회·자연과학 용어와 걸림돌·갓길·음주측정기·몸싸움 등 최근 일반화된 신어를 폭넓게 담고 있다.
그러나 출판사측에서는 이 사전의 최대 장점으로 시대감각에 맞는 뜻풀이를 내세운다.
예를 들면 기존 사전에서는 「양말」을 「서양식 버선」으로, 「양복」을 「서양식 의복」으로 정의했으나 이 사전에서는 양말을 「맨발에 신도록 실이나 섬유로 짠 물건」으로, 양복은 「남성의 서양식 정장」으로 새롭게 해석했다는 것이다.
사전은 말을 판정하는 최고 재판소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개정된 한글맞춤법·외래어표기법·표준어규정에 따른 대사전이 나온 것은 의미가 크다.
현재 나와 있는 『국어대사전』은 9종. 이중 민중서림의 『국어대사전』(이희승 편저)과 삼성출판사의 『새 우리말 큰사전』(신기철·신용철 지음)이 6대4의 비율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삼성출판사 전검구 편집국장은 『지난 86년의 외래어 표기법 개정, 88년의 한글맞춤법 및 표준어규정은 개정이 아니라 혁명이었다』고 전제, 『재조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롭게 편찬해야 하나 워낙 방대한 작업이어서 현재계획을 못 세우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정은 민중서림 측도 마찬가지. 민중서림의 한 관계자는 개정된 외래어표기법·한글맞춤법 통일안·표준어규정 등을 권말부록으로 실은 채 계속 출판은 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내달 중순께 선보일 어문각의 『우리말 큰사전이과 금성판 『국어대사전』에 밀려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예약을 받고 있는 어문각판 『우리말 큰사전』은 45만 단어와 최신정보 및 북한말·옛말·이두까지 수록하는 등 여러 점에서 금성판과 비슷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습니다」를 「∼읍니다」로, 「∼다워」를 「∼다와」로 쓰거나 「냇과」「욋과」처럼 한자에서 온 어휘까지도 「사이시옷」을 붙이는 등 장부의 맞춤법 통일안을 따르지 않고 한글학회의 맞춤법 기준을 고집한 게 큰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성판은 한 권으로 13만5천원, 어문각판은 세 권으로 18만원이다. <최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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