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는 칭짱공루(靑藏公路)로 향한다. 1954년 개통된 이 도로는 칭하이성(靑海省)의 시닝(西寧)에서 티베트의 라사까지 이어지는 1956km의 장쾌한 도로다. 또 이 도로는 우리에게 생소한 지명인 코코실리(可可西里)산맥을 관통한다. 좌측으로 7할, 우측으로 3할의 비율로 코코실리 산맥을 북에서 남으로 나누며 길은 이어진다. 이 산맥은 혹독한 기후로 인해 인간이 살지 못하는 곳, 우랭크(無人區, 무인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멀리 탕구산맥의 이름을 얻지 못한 5930m봉(가운데)이 짧은 빙하를 선보이고 있다.
거의 쿤룬산구에 도착하자 우측으로 유주피크(玉珠峰, 6100m)가 모습을 드러낸다. 1985년 일.중 합동등반대가 초등을 기록한 산이다. 이미 1980년 초부터 일본은 이 지역에 많은 경비와 인원을 동원해 탐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탐사에 대한 저력과 정보에 대한 부러운 시선만 유주피크에 남기고 쿤룬산구로 향한다.
쿤룬산구를 알리는 조형물에는 '코코실리 국가자연보호구'라는 글씨가 크게 쓰여 있다.
칭짱공루상에 위치한 작은 마을 티베트 어린이들이 낮선 이방인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퉈퉈하는 창장(長江)의 발원지로, 창장은 이곳 걸라다인동설산(各拉丹冬雪山, 6621m)에서 발원하여 초마이강(楚瑪爾河)등의 하천을 만나 칭하이성과 쓰촨성(四川省), 상하이(上海)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총길이 6300㎞의 중국 최대의 강이다. 이 지역의 등반은 1985년 일본산악회가 중국대원들과 함께 오른 걸라다인동설산 초등이 최초였다. 이후 탐사와 등반활동은 뜸한 상태다.
혹한은 뼈 속까지 파고든다. 서둘러 트럭운전사들이 묵는 값싼 초대소로 향했다. 석탄으로 난방을 하는 허름한 방에서 탐사대는 지친 몸을 침낭에 구겨넣었다.
3월5일(월)
"머리가 많이 아픈데!"
"저도 머리가 많이 아파요."
신준식씨와 히로코는 밤새 두통으로 잠을 설친 얼굴이 역력했다.
칭짱공루의 초입의 단층지괴가 이채롭다.
그간 한국의 탐사활동은 극지방에서 빛났다. 한국 최초 남극탐험에 나선 홍석하(60, 월간 사람과산 사장).허욱(54), 그리고 북극점 도보 탐험에 최초로 성공한 최종렬씨와 남극도보탐험에 성공한 허영호씨등이 우리의 탐험사를 살찌웠다. 하지만 이들을 이어 아직 우리 탐험의 발길이 필요한 곳을 물어온다면 필자는 일년 내내 겨울인 동토(凍土)의 땅 이곳 코코실리를 주저하지 않고 꼽을 것이다. 우리에게 미지의 개척지인 이곳의 자연.지리.등반사적인 탐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서구 여러 나라에선 이곳의 탐사를 마친 상태다. 2004년에는 중국에서 이곳 탐사를 배경으로 한 영화까지 선보이고 있다.
'서쪽의 보물' 시짱 하늘에 걸린 노을은 너무 아름다웠다. 전복된 트럭이 널브러져 있는 길을 여러 번 미끄러지며 위험한 순간을 넘긴 늦은 밤 우리는 티베트의 암도(安多, 4900m)에 도착했다. 대원들의 얼굴엔 피로의 기색이 역력했다.
3월6일(화) 우리는 암도를 떠나 낙주(那曲, 4650m)로 향했다. 고소증세로 조금이라도 고도를 낮춰보려는 마음에서였다. 이곳 암도지역은 터키와 몽골 티베트의 문화적 충돌이 있었던 지역이다. 다른 세 지역의 세력이 커질 때마다 혼혈(混血)을 거처 지금의 암도지역의 티베트인들이 자리를 잡았다. 예로부터 유목 생활을 해온 이 지역사람은 마음이 넓지만 유목문화로 인해 책임감이 떨어지고 계산이 빠르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하지만 이곳 낙주에서도 고소로 인한 대원들의 컨디션은 더욱 심각해졌다. 아스피린과 각종 이뇨제를 오늘(3월7일)까지 써보지만 별 차도가 없다. 빨리 낮은 곳으로 하산해야 한다. 하지만 탐사대는 오늘 회의를 거쳐 원래 계획대로 4718m의 나무초(納木錯)로 향하기로 했다. 지금은 유명관광지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지만 탐사대가 이곳을 들러야하는 이유는 이번 탐사의 주요 탐사지역인 니엔칭탕구라산맥(念靑唐古拉山脈)의 최고봉 니엔칭탕구라산(7162m)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의 일정이 힘들면 힘들수록 느끼는 성취감은 커질 것이고, 이것은 대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충분한 보상일 것이다. 본격적인 티베트의 여정은 내일 무거운 행낭을 짊어진 세 명의 떠돌이 탐사대원에 의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글=임성묵(월간 사람과 산)
사진=신준식·스즈키 히로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