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10년 후엔 4조 손실/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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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업소득 감소액만 2조/관련산업 타격·7만 실업/전품목 개방땐 “세계 4번째 큰 피해”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을 진행시키고 있는 GATT와 이를 주도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미국·EC가 최근 이 협상의 연내 타결에 합의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쌀시장 개방여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농업의 상징이며 농민의 생존권이 걸린 주작목으로 일컬어지는 쌀이 수입개방되면 우리 사회·경제에 어떤 파급효과가 있으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양부 박사팀의 최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쌀을 수입개방했을때 농업소득감소액은 첫해에 2천90억원,10차연도에 1조9천6백여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수입개방을 하되 국내값과 국제값의 격차를 관세상당액(TE)으로 부과케 한다는 UR협상내용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이 관세를 10년간 계속 낮추어가도록 하고 있어 수입쌀에 의한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것이다. 10년간의 관세감축폭은 나라마다 주장이 다르나 이 연구는 중간선인 50% 감축을 가설로한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해 말 같은 연구원의 다른 팀이 했던 피해추정과는 가설을 달리한 최종보고서다.
최박사팀은 쌀등 38개 주요농작물이 수입개방되면 10차연도에 3조7천억원의 농업소득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그중 쌀의 피해액비중이 54%로 매우 높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연구원의 정안성 박사팀이 연구한 간접피해를 보면 10년간 관세상당액을 50%감축한다고 전제할때 10차연도에 비료·농기계등 쌀 관련 산업의 생산감소액이 3천4백억원,유휴경지발생에 따른 손실액이 1조1천여억원이고,실업자도 7만명정도 발생한다.
이렇게 볼때 개방 10차연도의 직·간접 피해액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최양부 박사는 『UR타결후에는 농가피해에 대해 정부가 영세민지원 차원의 소득보상을 해야하므로 그 예산도 막대할 것이며 쌀이 개방될 경우 「농사는 이제 끝장」이라는 심리적 타격을 농민들이 받게된다는 점도 심각하므로 쌀만은 개방을 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대 김성훈 교수도 『쌀개방저지는 식량안보·국토환경보전·지역고용유지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개방압력을 덜 받는 채소등 원예작물로 생산이 집중돼 과잉생산·가격폭락등 부작용도 예상된다』고 했다.
지난해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농산물수입개방의 네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손해를 보게되는 9개 국가중의 하나며 전품목 개방때는 세계에서 네번재로 피해(연간 국제수지적자 9천6백만달러)가 큰 국가라는 점도 음미할 대목이다.
농림수산부등 정부당국은 국내쌀값이 국제값의 5∼6배나 되는 특수사정등 때문에 경제·정치·사회적 영향이 너무 커 기초식량의 개방예외를 주장하는 일본·캐나다·인도·멕시코·이스라엘 등과 협력해 쌀만은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이 국제자유무역질서에서 이익을 보아 왔으면서도 개방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GATT·미국 등의 압력이 크고 경제기획원·외무부등 일각에서 비공식적으로 「개방 대세론」이 흘러나오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즉 우리가 쌀개방예외를 고집하다가 UR 결렬의 책임을 뒤집어쓰고 다른 통상부문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보다는 일본의 내부 복안처럼 3%미만이라도 최소시장을 개방하자는 논의다. 농림수산부와 농민단체는 그러나 소량이라도 허용되면 결국 둑이 무너질 것이라며 적극 반대하고 있다.
농업경제학회등 5개 농업관련 학회는 성명에서 『국제 농산물 무역구조를 왜곡시켜온 농업선진국의 수출보조금과 국내농업보조금의 대폭 감축이 매우 중요한만큼 이를 주장,우리의 실익을 찾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김성훈 교수는 또 『우리가 농업부문은 개발 도상국인만큼 유예기간 확보등 개도국 우대조치를 보장받고 농업구조조정을 위한 투자지원도 허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김일기자>
□농산물 수입개방의 국가별 손익비교
네가지 시나리오에서 한국·소련·스위스·노르웨이·폴란드
모두 손해인 국가 ·이집트·모로코·이란·이라크
전면 수입개방때 손 EC·일본·이집트·한국·나이지리아
해가 큰 순서
10% 추가개방때 EC·일본·미국·캐나다·독일·핀란드
손해가 큰 순서 ·노르웨이·폴란드·오스트리아·한국
전면 수입개방때 이 미국·호주·캐나다·태국·아르헨티나
익이 큰 순서 ·브라질·쿠바
*자료:UNCTAD「UR의 농업교역영향보고서」,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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