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잉구슈자치공 총동원령/러시아공 파견군 축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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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만여명 반러시아 시위/옐친 정치적입지 흔들려/「민주러시아운동」등서 비난
【모스크바·그로즈니(소련)=외신종합】 소련 러시아공화국으로부터 사실상 독립을 선언한 체첸­잉구슈공화국은 10일 총동원령을 내린데 이어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이 파견한 군대를 축출하는등 항전태세를 강화,전면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체첸­잉구슈 자치공화국대통령에 취임한 조하르 두다예프장군은 이날 옐친 대통령이 비상사태이행을 위해 파견한 1천여병력이 공화국방위군에 의해 「별다른 충돌없이」인접 북오세티아자치공화국으로 축출됐다고 발표했다.
또 소타스통신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체첸­잉구슈자치공화국 5만여 주민들이 수도 그로즈니 자유광장에 집결,반러시아집회를 벌였으며 수천여시민과 공화국 방위군이 외곽도로·철도등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채 러시아공화국 군대와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앞서 두다예프장군은 지난 8일 러시아공화국이 체첸­잉구슈자치공화국의 독립을 방해할 경우 『원전폭파등 최후의 수단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체첸­잉구슈자치공화국에 대한 비상사태선포와 관련,자신의 최대지지기반인 「민주러시아운동」을 포함한 러시아공화국내외로부터 일제히 비난을 받고 있어 정치적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러시아공 마저 해체 우려/1백여 민족 저마다 독립 주장(해설)
소련 러시아공화국과 체첸­잉구슈 자치공화국이 분리독립을 둘러싸고 사실상 내전일보직전상태에 돌입했다.
보리스 옐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체첸­잉구슈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러시아공화국 군대를 파견,질서회복을 시도했다.
전 소련공군장성출신 조하르 두다예프가 지난달 9일 6만여명의 지원병으로 자치공화국 구정부를 전복한뒤 27일 대통령선거를 실시,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위헌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조하르 두다예프는 이에맞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공화국의 독립을 위해 전국민이 궐기할 것을 명령하는 한편 도로와 철도를 봉쇄하는 등 무장항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소련남부 카프카스지역에 위치한 체첸­잉구슈 자치공화국은 러시아공화국 소속 16개 자치공화국·5개자치주·10개민족관구중의 하나다.
1850년 러시아제국에 병합된 회교권의 인구 1백30만,면적 2만평방㎞의 소국으로 소련최대의 유전가운데 하나를 갖고있다.
구성민족은 체첸인이 53%,러시아인이 29%,잉구슈인이 12%이다.
따라서 러시아인과 잉구슈인이 외면했음에도 불구,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두다예프가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러시아공화국이 체첸­잉구슈 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을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체첸­잉구슈의 독립이 각 자치공화국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러시아공화국은 이미 인근 카프카스지역의 타타르·타제스탄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움직임에 골머리를 앓고있다. 이들은 벌써 체첸­잉구슈와 함께 「카프카스 인민연합」이라는 협력체를 구성,러시아공화국을 상대로 공동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으며 산하에 군사위원회까지 만들어 만일의 사태에 연합군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밖에 북시베리아의 인구 1만∼2만명정도의 에스키모까지 독립을 요구하고 나서는등 공화국소속 1백여민족이 저마다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체첸­잉구슈에서 밀릴 경우 소련에 이어 러시아공화국자체가 해체돼버릴 것이라는 위기감을 떨칠 수 없게된 것이다.
그러나 보리스 옐친의 비상사태선포에 대해 러시아공화국인민대의원대회가 벌써 비판을 가하고 있으며 체첸­잉구슈에 파견됐던 옐친의 부대 1천여명은 체첸­잉구슈 자원병들에게 포위돼 사실상 무장해제된 상태다.
옐친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체첸­잉구슈 자치공화국의 책임자로 선정한 아메트 아르스노프도 사의를 표하고 있어 체첸­잉구슈의 러시아공화국 잔류를 위한 옐친의 노력이 쉽게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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