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직업·이런여성|가든호텔 식음료부 지배인 신진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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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가든호텔 한식당 「이원」을 가면 검은 나비넥타이에 풍성한 프릴의 흰블라우스·긴깃의 검정양복유니폼을 입은 한 여성을 만날수 있다. 호텔에선 남성들만이, 또 지배인들만이 입을수 있는 것으로 인식돼온 이 유니폼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입고 일하고있는 이 여성은 「이원」의 수석 지배인이자 이 호텔의 홍일점 여성지배인 신진숙씨(30)다.
각 업장의 호텔지배인이란 고객·인력·메뉴·매출관리등 그 업장의 모든 것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업장의 책임자.
따라서 남성은 책임자나 관리직에, 여성은 보조직이나 허드렛일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통념에 비추어볼 때 호텔지배인은 여지껏 「남성특유의 직종」임에 분명했다.
신씨가 이러한 높고 굳건했던 금녀의 벽을 깨고 호텔지배인이 된 것은 지난 87년 10월.
『활달하고 무슨일이나 최선을 다하는 적극성이 신임을 얻은것 같아요.』 4년전 한식당 「이원」을 개업하면서 파격적으로 서울가든호텔 첫 여성지배인이 된 신씨는 이미 2년전인 85년부터 이 호텔의 웨이트리스로 일해왔던 탓에 수많은 후배 웨이트리스들의 부러움과 기대를 사기도 했다.
『여성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심성에 부하직원들을 거느릴수 있는 통솔력을 갖추기만 하면 오히려 여성들에게 더 적합한 것 같아요.』 호텔의 식음료부는 음식을 다루는 곳인만큼 여성들이 더 잘할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신씨는 이직종의 전망이 매우 밝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많은 여성들이 새롭게 눈을 돌려봐도 좋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최근들어 가족동반 호텔식당 외식이 크게 늘고 특히 호텔전체 매출액중 식음료부의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있는 추세여서 여성지배인에 대한 수요도 점차 늘것이라는게 신씨의 설명.
단골고객의 식성을 일일이 기억하고 특히 성인병이 있는 손님은 육류나 소금섭취량까지 배려해주는등 꼼꼼하고 정성들인 고객관리 덕분에 고객의 80% 이상이 단골손님이라고 자랑하는 신씨는 메뉴관리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우리고유의 향토술인 문배주의 루트를 찾아 보급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현재 신씨를 비롯한 우리나라 호텔의 여성지배인수는 호텔당 1명이 있거나 아예 없는 정도에 불과하나 점차 늘고있는 추세. 신씨는 호텔지배인이 되려면 관광경영학과나 호텔경영학과 전공자면 유리하나, 호텔에 입사해 처음부터 업무에 필요한 경험을 착실히 쌓아가는데 더 중요하다고 들려준다.
지배인 경력 만4년째를 맞은 신씨의 월급여액은 보너스를 제외하고도 약1백만원정도. 처음 지배인이 되면 약60만∼70만원선으로 결코 적지 않은 액수다.
오전10시30분에 출근, 저녁9∼10시까지 쉴새없이 일하다 보면 피곤하고, 남자부하직원들을 통솔하는 일이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말하는 신씨는 타고난 건강한 몸과 활달한 성격탓으로 이제는 원숙하게 일을 할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지난88년 같은 호텔에서 일하던 강진일씨와 결혼, 시부모와 함께 살고있는 신씨는 남편의 외조와 시부모의 뒷바라지가 크게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
신씨는 관광경영학을 공부한 남편과 식품영양학을 공부한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장차 작은 호텔 하나를 직접 운영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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