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하라, 아니면‘척’이라도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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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남의 돈 받기 어려운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잃어버린 10년’이 지나고 호황이 왔다 해서 퇴출 걱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많은 기업이 업무를 작게 나누면서 개인 단위의 성과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직장인은 경기가 좋을 때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구조조정 이후 한 사람이 책임질 업무량이 늘었고, 경기가 좋으면 일을 더 해야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것 좀 알려달라’는 부탁을 해도 동료가 나를 위해 시간을 내줄 여유도 없다. 이러니 직장동료 간 대화가 부족해진다.

앞서 나온 퇴출 안 당하는 직장인 36계를 곱씹어보자. ‘사내외 인맥관리에 힘쓰라’ ‘조직을 짝사랑하지 말고 끊임없이 소통하라’ 등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관련된 항목이 많다. 나 혼자 아무리 잘났다 해도 주변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 있을까?

일본 직장인에게도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서바이벌을 위한 덕목 중 으뜸이다. 일본 ‘동양경제’에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올리는 세 가지 충고를 발췌했다.

1. 내 의견만 고집마라

‘내 의도가 모두에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왜인지는 모르겠고 짜증난다!’ 좌절감을 안고 상담 받으러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것은 ‘내가 옳다’는 대전제 아래 타인을 판단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좋을까 나쁠까’ ‘맞을까 틀릴까’ ‘이길까 질까’.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대뜸 “당신은 실수하고 있어”라고 대꾸한다든지 “당신이야말로 틀렸어”하며 쓸데없는 응수나 하게 된다.

내 의견만 너무 고집하니 반론에 부닥치게 된다. 그러면 곧 인격적으로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 언제까지고 상대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다든지, 기운이 쭉 빠지는 등의 좋지 못한 결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본래 직장에서의 대화는 함께 무언가를 완성해 나가기 위한 수단이다.

직장 내에서는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프로젝트를 잘 해내기 위해 대화하는 것이다. ‘나 자신’과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구분하자. 일에 무게를 두고 대화한다면 굳이 화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대화가 안 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일방통행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e-메일에 익숙해진 탓도 있다. e-메일 사용이 늘면서 임기응변이나 상대방 말을 단박에 이해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잘 모르게 된 것이다. 원래 인간은 말보다 말 이외의 커뮤니케이션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Key Point

①직장에서 대화할 때 ‘나 자신’은 잠시
②상대방에게 관심있는 ‘척’이라도 해라
③“아니, 그건 아닌데요”절대 금지

눈빛, 몸의 각도, 거리, 목소리 톤, 표정 등 종합적으로 느끼면서 대화한다. e-메일 대화에만 푹 빠지다 보면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중요함은 아무래도 잊게 돼 있다.

상대에게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히 몸이 앞쪽으로 쏠리고 상대방도 ‘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느낀다. 도저히 흥미가 안 생기는 상대에게는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점 하나라도 발견해 보자. 넥타이나 머리 모양, 무엇이든 좋다. 이것도 무리라면 ‘싫지 않은 곳’ 한 군데라도 찾아보자. 이렇게 대화하면 상대방 눈에는 마치 내 눈이 빛나는 것처럼 보이게 돼 있다.

편치 않은 사이였던 상대의 표정도 부드러워질 것이다.

이런 ‘분위기 만들기’가 있고서야 대화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먼저’ 듣는 것.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의견을 말하자. 안 되면 그런 ‘척’이라도 하자. 의견이 다르면 “아, 그렇군요” “그런 점도 있었네요”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이 인간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구나’하고 생각하면 마음을 열게 돼 있다.

이때 자신의 의견을 말하면 된다. 단, 이때 “그건 아닌데요” 하며 단번에 부정하거나 “그런데” 하고 토를 다는 것은 절대 금지. 반대 의견이 있다면 “그렇군요, 그리고 이런 점도 있습니다”하며 부드럽게 말해보자.

모두가 자기 말만 할 때 들어주는 것은 고역이다. 조직 내 단 한 사람이라도 “그렇네요” 하고 받아주면 말한 사람이 이어서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듣는 게 재미있어진다. 남의 얘기 들어주면 조직 내 공기가 확 바뀔 것이다.

2. 화내는 상사에게 생각하고 대답하자

‘오냐 오냐’ 하면서 자라나 사회에 처음 나와 만나게 되는 존재 ‘상사’. 상사가 버럭 화내면 마치 존재를 부정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경험이 적어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속상한 것을 마음에 묻어두면 화병이 날 지경이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는 20대 남성이 점점 늘고 있다.

자신감을 상실한 당신, ‘자기 중심’은 지키고 있는가? 자기 중심을 지킨다는 것은 ‘이런 나라도 괜찮아’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중심을 잃으면 상대에 휘둘려 기분이 바닥까지 뚝 떨어졌다가 금세 하늘을 날기도 하는 등 감정의 파고가 격해지게 된다. 힘든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Key Point

①자기 중심을 지키면 상사가 혼내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
②“알겠습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하고 시간을 번다
③“이렇게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하고 상사의 화를 식인다

자기 중심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상사가 꾸중할 때 ‘상사는 상사의 감정으로 말하는 거야’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군’ 하고 냉정하게 관찰할 수 있는 거리를 둘 수 있다. ‘뭐, 이건 혼나도 어쩔 수 없는건가’ 하며 자기 나름대로 이해한 후에 받아들이는 것은 아무 준비 없이 충격을 받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시키는 대로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그 중간쯤으로 조금만 해볼까’ 등 선택도 가능하다. 응급처치로 혼났을 때 “알겠습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하고 시간을 벌어두는 것은 어떨까? 자기가 생각할 시간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보다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하고 상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두자. 잠깐이나마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과열된 분위기가 누그러지고 다소나마 냉정하게 생각해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

3. 일하는 엄마일수록 ‘똑’부러지게

갑자기 아이가 열이 난다든지, 엄마가 참여해야 하는 학교 행사가 있을 때, 일하는 엄마가 일과 아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이런 점이 자주 생긴다면 주위 사람에게 일을 떠넘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죄송합니다. 먼저 퇴근하겠습니다”하고 서둘러 집에 가는 사원도 적지 않은데, 갑자기 식구가 아프거나 어쩔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아이 없는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Key Point

①적어도 “여기까지는 끝냈습니다”라고 인수인계는 똑바로 한다
②“밤샘 작업으로라도 끝내겠습니다”라며 일할 의지를 보인다
③단시간 근무가 조건인 직원이라면 동료에게 이를 알린다

빨리 집에 가야한다면 “이 일은 여기까지 끝내 놨습니다”하고 똑 부러지게 인수인계한다. 이것이 최소한의 법칙. 그래도 “왜 나한테 맡기는 거지?”하고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면 여기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오늘은 여기서 먼저 들어가야 하지만, 이 부분은 집에 가서 반드시 끝내겠습니다”며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또 “죄송합니다만 일찍 가는 대신 제 수입도 그만큼 낮습니다”며 근무형태가 다른 것을 말해 납득시키는 방법도 있다.

[시리즈 목차]

[직장에서 안 잘리려면①] 안 잘리려면 계략을 짜라
[직장에서 안 잘리려면②] 소통하고 단련하고 경계하라
[직장에서 안 잘리려면③] 잔머리·무임승차는 퇴출 1호
[직장에서 안 잘리려면④] "쉬지 말고 놓지 말고 끝까지 붙어버려"
[직장에서 안 잘리려면⑤] 通하라, 아니면‘척’이라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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