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오전 음악회' 열풍은 전국으로 불었다. 서울은 물론 경기.부산.군포.김해 등 17개 음악홀이 이 아침 클래식 열기에 동참했다.
◆주부들의 오전이 바뀌다=서울 잠원동에 사는 주부 김성숙(52)씨는 예술의전당 콘서트 개근생이다. 그는 "그전에는 점심때 친구들을 만나 남편이나 애들 얘기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이제 설거지와 청소를 빨리 끝내고 이곳에서 음악을 듣는다"라며 "문화적 안목이 저절로 높아지는 걸 느낀다"고 흡족해했다. 경기도 분당에서 거의 매달 참석한다는 주옥현(51)씨도 마찬가지다. 주씨는 "며칠 전 아들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아이가 '엄마가 그런 것도 알아'하며 놀라기에 어깨를 한번 으쓱해 줬다"며 웃었다.
이 같은 열기는 지방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2월부터 매월 '11시 모닝 콘서트'를 열고 있는 울산 문예회관의 심우윤(공연과) 씨는 "울산은 외국 단체 등 비중있는 공연을 보기 힘든 곳이었다. 때문에 클래식에 대한 욕구가 컸는데 특히 주부 관객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 클래식 공연은 관객이 50% 이하로 들어서 늘 썰렁했는데 지금은 60~70% 찰 정도"라고 말했다.
◆"정통 클래식으로 승부"='11시 콘서트'를 만든 사람은 예술의전당 김용배(53)사장이다. 2004년 취임과 함께 시작했다. 음악회 프로그램도 직접 짠다. 이 때문에 31번의 음악회에서 연주된 곡목은 거의 겹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지금까지 두 번 이상 연주된 곡은 단 두 곡"이라고 설명했다.
연주곡 수준도 쉽지 않다. 듣기 편하고 귀에 익은 곡을 '미끼'로 쓰기보다 클래식 음악의 정수로 정면으로 승부를 겨루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1시 콘서트에 꾸준히 참석하면 정통 클래식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다"는 입소문이 주부들에게 먹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간 '객석'의 류태형 편집장은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이던 음악회 시간을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맞아떨어진 성공작"이라고 평가했다.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