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환경보호 메시지 전하는 '그린 산타' 모겐센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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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호호…."

3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라운지클럽. 전날 한국 어린이들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방한한 세계 유일의 '그린(녹색) 산타' 카르스텐 모겐센이 카메라 앞에서 이같이 웃으며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 "제가 고국 덴마크에서 타고 온 썰매를 끈 순록들은 지금 서울 시내에서 관광하고 있어 함께 오지 못했어요."

산타 경력이 20년인 그는 현재 국제 산타 모임인 '그린랜드 산타클로스 재단'의 회원이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산타는 1백20여명. 그는 지난해 말 환경보호 메시지를 전하고자 만든 '녹색 산타'로 선정됐다. 그에게 일반 산타와 그린 산타의 차이를 물었다.

"어린이들을 찾아 꿈.용기를 심어주고, 행복을 기원하는 점에선 똑같죠. 하지만 저는 어린이들에게 환경을 보호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야 할 책무가 있죠. 어린이들에게 '방을 치우는 게 환경운동의 시작이다. 종이를 함부로 버리지 말고 재활용하라'고 권해요. 산타가 입고 있는 옷이 빨간색과 녹색으로 다른 것도 차이라면 차이죠."

그는 현재 한 라디오 방송국을 경영하고 있다.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한달간 각국을 다니며 그린 산타로 활동한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고국인 덴마크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크리스마스 때 한국 어린이들이 어떻게 선물을 받느냐고 묻자 "저에겐 집에서도 멀리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마술 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저는 집에 굴뚝이 없으면 마술로 굴뚝을 만들어 들어가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이를 묻자 3백51세라고 했다. 산타클로스의 역사가 약 4백년인 만큼 차마 그보다 더 많은 나이를 댈 수 없었던 듯하다. 그는 "산타가 되기 위해선 체격이 크고 배도 불룩 나와야 한다"며 자신의 배를 내밀었다.

그는 본지에 '모든 한국 어린이가 즐거운 그린 크리스마스를 보내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으로 직접 쓴 메시지(上)를 전했다. "한국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방도 깨끗이 치우고, 환경도 생각하면서 살기를 소망합니다."

글=하재식,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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