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과학관을 찾아서] 한국통신 정보통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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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길동아! 너 밤샘 공부했니? 얼굴이 꺼칠하구나."

"너 머리에 까치집 진 것 모르니.휴대전화로 너 머리 좀 봐라."

동영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 IMT-2000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경기도 분당 KT 본사의 HDS(Home Digital Service)시연관. 화면이 23인치 정도 되게 만든 휴대전화 두대는 통화하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대가 곧 보편화될 것임을 느끼게 한다. IMT-2000 휴대전화로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면서 그 귀퉁이에 자신의 모습도 작은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정보통신 과학관으로 통하는 이 시연관은 어른.아이 누구나 정보통신이 만들어 가는 미래를 미리 여행해 보게 한다.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르게 변화할 가정.개인의 일상과, 작은 점포의 사업 양상의 일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KT 이길주 상무는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 수준을 보려는 외국 기관이나 업체 관계자들이 꼭 들르는 곳이며, 청소년들의 견학이 줄을 잇는 명소"라고 말했다. 얼굴 사진과 목소리를 저장할 수 있는 전자 방명록에는 정보통신의 미래상에 감탄했다는 내용이 빼곡히 들어 있다.

미래 가정의 거실과 주방을 들어가 보자.TV.냉장고.도시가스 개폐기.현관 자물쇠.전축 등 집안의 주요 기기들이 모두 통신 또는 전기 겸용 선으로 연결돼 있다. 냉장고에 부착돼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는 안에 들어 있는 식료품의 목록이 나타난다. 그 중 유효기간이 지난 것에는 빨간 표시가 된다. 요리책도 따로 필요없다. 인터넷이 연결된 이 컴퓨터에서 요리법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주부들은 가끔 외출했을 때 가스레인지의 불을 껐는지 안 껐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미래의 주택은 외부에서 휴대전화나 PDA(개인휴대단말기)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불이 켜져 있다면 휴대전화 화면에 가스레인지 그림이 파란색으로 보인다. 닫혀 있으면 빨간색이다. 만약 불이 켜져 냄비가 탈 지경이라면 버튼 하나만 눌러 가스 밸브를 즉시 잠글 수 있다. 물론 가스 밸브는 외부에서 조종이 가능한 것이 달려 있다. 천장에 달려 있는 카메라를 통해 도둑이 들었는지 아닌지 등 집안 상태를 점검해 볼 수도 있다. 방 안에 있는 혈압.맥박 측정기에 팔뚝을 넣으면 측정된 값이 TV 선을 통해 주치의에게 전달된다.

미래의 교실도 체험해 볼 수 있다. 책가방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학교나 집 모니터로 필요한 과목을 책을 불러 공부할 수 있다.

시연관을 관람하던 구자형(7.서울 수내동)군은 "여기서 미래의 모습을 체험하니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커서 저도 미래에 멋진 집에서 살고 싶어요"라며 관람의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현재 KT가 서비스 중인 무선인터넷 네스팟도 볼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자신의 위치와 교통정보 등을 PDA.노트북 컴퓨터 등으로 지도와 함께 볼 수 있다. 교통정보의 경우 5분 간격으로 갱신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의 화면에는 서울 세검정 삼거리의 한산한 모습이 비쳤다.

위성이 찍은 서울의 전경을 볼 수 있는 코너에서는 위성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의 건물과 길을 손금 들여다보듯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화면에 원하는 서울 지역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그 지역이 확대돼 나타나는데 아파트 동의 배열, 지형 등이 입체로 보인다.

이 체험관의 한가지 아쉬운 점은 관람자들이 대부분의 기기를 직접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시코너마다 배치된 안내요원들이 설명하고, 직접 시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관람 문의 031-727-6060.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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