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여명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안개 '스모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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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축복이자 재앙이다. 생활의 편리함은 자연파괴로 인한 각종 기상이변과 환경사건을 담보로 해야만 했다.

지난 1952년. 산업혁명의 나라 영국에서 발생한 '스모그 사건'은 인간의 오만에 대한 하늘의 경고였을까? 그해 안개의 도시 런던에서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호흡장애와 질식 등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런던의 하늘은 가정과 공장, 발전소에서 사용한 석탄에서 나온 CO, SO2, 먼지가 안개와 섞여 만들어진 뿌연 스모그로 덮혀있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건물마다 난방연료를 많이 사용했는데 당시 영국에서 주로 사용하던 연료인 석탄의 연기속의 아황산가스와 안개속의 물이 반응하여 황산안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해 12월 4일부터 시작된 스모그로 100m 앞이 안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약 10일간 지속된 '살인 스모그'는 노인·어린이 등 약 4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대참사를 낳았고 다음해인 1953년 2월까지 사망자는 12,000여명으로 늘어났다.

1930년 벨기에 뮤즈계곡사건, 48년 미국 도노라사건, 50년 멕시코 포자리카사건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대참사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1년 초가을에서 이른 봄까지 서울 일원에서 자주 나타나는 짙은 안개가 런던 스모그현상의 초기형태인 '산성 안개먼지'로 확인돼, '대기오염 재해'의 안전지대가 아님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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