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지형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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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차예선을 통과한 후보지는 모두 열군데. 천원·진천·중원·공주·대평·부강·보은·논산·옥천·금산이었다.
2차예선은 더욱 엄격했다. 교통·용수·개발가능성등 30개항목으로 세밀히 따졌다.
그결과 천원·대평·논산 3개지구가 뽑혔다고 한다.
최종결선은 가일층 까다로웠다. 평가항목도 59개로 늘었다. 파고들어가자 천원은 너무 천안과 붙어있는 점이 걸렸고 논산은 농토가 많이 잠식돼야하고 국토중심에서 서남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평 또한 배산이 약하고 저습지가 많아 썩 마음에 들지않았다.
그러나 신수도팀에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공주와 대평사이에 놓여있는 장기였다.
애초 공주지구에 포함될만했으나 검토과정에서 공주읍내주변만 떠올랐을 뿐 숨어있던 지역이었다.
기획단에 몸담았던 김광모전경제비서관(현테크노서비스사장)은 「장기예찬론」을 내놓았다. 『장기는 지형이 서울을 그대로 옮겨다놓은 것 같았어요. 풍수지리에서는 서울처럼 북쪽에 산이 솟고 남쪽에 강이 흘러야 최고로 치잖아요. 장기가 바로 그래요. 북쪽에 천태산·국사봉이 주산으로 버티고있고 우백호 갈미봉, 좌청룡 노적산·괴화산이 도시를 감싸주고요. 남으로는 서울남산처럼 장군봉이 봉긋 솟아있고 그 뒤론 한강굽이를 빼어 닮은 금강이 도시를 받쳐주고 있어요.』
박대통령에게 보고됐던 신수도 계획안은 최종후보지로 장기와 논산을 적시해놓았지만 사실상 장기로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다. 2개로 남겨두어 보안도 지키고 최고통치권자의 낙점을 비워놓자는 고려였다.
장기이야기가 돌자 풍수지리를 좀 아는 기획단 사람들사이엔 『박대통령에게 염문이 생기겠다』는 풍설도 흘렀던 모양이다. 천태산(남)과 장군봉(여)의 형세가 곱기 때문이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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