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국제화 틈타 각국 시장선점 각축(공룡­세계통신시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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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무선전화등 이동통신분야 가장 치열/국내대기업들도 외국과 합작 서둘러
「공룡의 덩치」에 비할 수 있는 세계 통신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미·영·일등 통신선진국들이 독과점체제의 빗장을 풀고 민영화·국제화를 추진하면서 통신시장지배를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무선전화·무선호출기 등의 이동통신 시장 선점,대륙횡단 통신케이블 개설,통신용 인공위성 발사 등을 위해 거대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내년에 이동통신에 한해 1개민간기업의 참여를 허용키로 하자 앞으로의 재계 판도를 바꿀만한 제2 이동통신시장을 놓고 선경·포철 등의 대기업들이 통신관련 자회사를 설립하고 외국사와의 합작계약을 하는등 시장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통신시장 변화의 특징은 민영화·규제완화·국제화등 세가지.
각국은 그동안 정보관리의 중요성과 기술경쟁력 확보란 차원에서 정보통신사업을 정부가 독점,배타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80년대부터 「혁명」의 조짐이 싹트기 시작,미 정부가 AT&T외에 벨사우스등 6개 민간기업의 통신사업권을 인정했다. 영국은 국영 영국통신(BT)과 민영 머큐리사의 2과점체제로 바꿨으며 일본도 NTT사외에 이도사의 참여를 허용했다.
90년대 들어서도 독일이 구동독지역의 통신서비스강화를 위해 민영화계획을 추진중인 것을 비롯,오는 93년까지 26개국에서 통신사업이 민영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비약적으로 커지는 세계통신시장에서 독점국영기업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판단들이 섰기 때문이다.
세계통신시장은 장비·서비스를 포함,지난 86년 2천6백30억달러규모에서 작년에는 4천60억달러로 54% 증가했고,오는 95년에는 7천3백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커지는 통신시장을 놓고 그간 각국의 독점 국영기업들은 기술개발보다는 돈벌이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민영화 추세를 앞당기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지에 따르면 세계의 국영통신회사들은 카르텔을 형성,해외통화료를 제 가격보다 두배이상 비싸게 받아 연간 총 1백억∼2백억달러의 필요없는 부담을 각국의 소비자들에게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의 참여확대와 문호개방은 자연스럽게 통신사업의 국제화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곳은 무선전화·무선호출기등의 이동통신시장.
이동통신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가입자수가 지난 89년 9월의 5백30만명에서 작년 11월에는 1천40만명으로 96% 늘었다.
유럽의 경우 오는 96년에는 10명당 1명꼴로 무선전화가 보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국의 국·민영 기업들은 해외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BT가 미팀넷사를 합병,미 아틀랜타시에 신코디아사를 설립했으며 미 AT&T는 반대로 영 이스텔사를 흡수했다.
또 AT&T는 현재 2개인 대서양횡단통신케이블을 오는 96년까지 8개로 늘릴 계획이며,모토롤라사는 록히드사와 공동으로 97년까지 77개의 통신용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이리듐」계획을 추진중이다.
미국에 비해 다소 개별기업의 역량이 떨어지는 EC(유럽공동체)는 영국·프랑스 등이 주축이 돼 국가마다 다른 해외통화료를 통일하는 작업을 서두르는 등 권역화로 대응하고 있다.
이같은 국제화추세로 국가간 통신망 개설 숫자가 지난 88년에는 11개였으나 작년에는 67개국간에 통신망이 이어졌다.
그러나 소련·동구권·개발도상국들은 눈앞에 닥친 이같은 변화에 당혹해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개발도상국들이 선진국수준의 통신기술·서비스를 개발하려면 연간 총 2백60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나 각 개도국정부들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총 1백2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결국 「통신후진국」들은 자금확보를 위해 문을 열자니 서방기업에 의한 시장지배가 두렵고,문을 닫고 있자니 영원히 「정보후진국」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갈림길에 처해있는 것이다.<오체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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