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문제다(선거 이대론 안된다: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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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모금·살포 모두 「부패온상」/사당정치… 말로만 “공명”과열 부채질
선거철이 임박하자 우리 정당정치의 심각한 병리현상들이 잇따라 노출되고 있다.
대로변의 관광버스를 둘러싸고 두 패거리의 사람들이 『선심관광이다』『당원단합대회다』고 드잡이하며 옥신각신하는 최근의 언론보도들은 정당정치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주로 민자당측이 관광버스를 동원,당원단합대회 명목으로 주민들을 관광지로 태워보내는 현장에 민주당당원들이 사전선거운동의 혐의를 걸어 시비거는 볼썽사나운 광경이다.
문제의 본질은 사전선거운동여부에 있다기 보다 우리 정당의 구조와 관행이 잘못돼 있다는데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한 지구당에 수만명씩의 「당원」을 입당시켜 「지구당관리」라는 핑계로 시도 때도 없이 수련대회·당원교육·체육대회·단합대회·사랑방좌담회·시국강연회·보고회를 연다.
한번 행사에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소요된다. 이같은 정당의 이상비대현상이 결국 정당을 경직되게 만들고 막대한 자금소요때문에 금권에 예속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 정당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또한가지 모습은 아침마다 정당수뇌부의 자택이 문전성시되는 풍경이다. 당사는 수뇌부가 있는 오전엔 사람들로 북적거리다가 윗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적막강산이 되고 만다. 정당이 정당이 아니라 사당화됐다는 표징이다.
정책정당의 표방은 당헌에나 있는 겉장식에 불과하고 모든 당론·정책결정이 지도자의중으로 매듭되는 형편이어서 민헌수렴이나 이의 정책반영은 구두선에 다름아닌 것이 오늘의 우리 정당의 현주소다.
당수뇌부의 의사가 문제이지 지역구주민의 의사는 상관이 없다. 이런 정당구조때문에 공천을 따내기 위해 돈보따리를 싸들고 다녀 공천헌금파동이 일게 마련이고 수뇌부 주변인물들이 큰소리치는 이른바 비서정치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주민의 의사를 수렴하고 그합의 바탕위에 정당이 서있는 것이 아니라 몇몇 인물중심으로 당이 짜여 이들의 이해에 따라 이합집산한다. 최근 수년동안 분당·합당이 수없이 거듭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의 대권욕 때문이고 그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이같이 잘못된 정당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리의 정당들이 순기능보다 역기능을 했고 그것이 정치불신을 가중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선거에 관한한 더욱 그렇다는게 정치권의 솔직한 의견이다.
지난 광역선거와 요즘의 과열·타락선거조짐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바로 정당이 돈선거와 타락선거의 장본인이라는데 인식을 함께 하고 있다.
겉으로는 돈안쓰는 선거를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돈선거를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역선거때 민자당은 내부적으로 후보공천의 우선순위로 현금동원능력을 고려했다. 졸부 등 재력가를 공천해 돈바람을 일으켰다.
야당은 야당대로 후보자를 상대로 특별당비를 거둬들여 금권선거를 방조했다.
합법을 가장한 정당들의 이같은 탈법이 고쳐지지 않고서는 선거풍토가 제대로 잡힐 수 없다. 우선 이상비대의 정당조직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더이상의 타락·금품선거는 그동안 쌓아온 민주화성과를 잠식하고 국민의 정차불신을 심화시켜 정치위기와 함께 경제를 더욱 수렁으로 빠뜨린다. 이제부터라도 정당은 그 순기능을 되찾아야 한다.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를 앞두고 여야 스스로가 이번 선거부터는 불법·탈법행태에서 발을 끊는 의지와 각오의 표명으로 대국민선언을 하고 도덕성을 회복하는 노력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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