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가로막는 두가지 쟁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스라엘점령지/“성지일부”·“안보상” 반환불가/비무장후 보장 있을때는 가능
미·소 냉전종식의 국제환경변화로 일단 아랍과 이스라엘이 30일 평화회의장에 마주 앉았으나 48년 이스라엘 건국이래 네차례나 전쟁을 벌였던 양측의 적개심이 쉽게 풀릴 것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양측 대립의 근본적 현안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 점령지문제와 팔레스타인 난민문제의 내용을 살펴본다.
유엔결의안(282 및 338호)은 이스라엘이 지난 67년 제3차 중동전에서 점령한 골란고원·동예루살렘·가자지구 및 요르단강서안을 반환하고 아랍각국은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79년 이집트에 시나이반도를 돌려줌으로써 유엔결의안의 요구를 이미 충족했으며 더 이상은 안보상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동예루살렘은 유대교 성지의 일부이며 요르단강서안 및 가지지구도 성경에 명시된 에레츠이스라엘땅에 포함된 유대인의 영토라고 못박고 있다.
이에 대해 시리아는 골란고원이 반환되지 않으면 다자간 지역협상에 불참하겠다며 요르단강서안·가자지구에 독립국건설을 갈망하는 팔레스타인과 함께 아랍참가국들의 공동보조를 주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걸프전을 거치면서 서방의 대소 전략요충으로서의 이스라엘의 중요도 절하를 절감했으며,미국의 1백억달러 차관보증연기,이스라엘 공군기의 이라크영공정찰에 대한 서방의 전례없는 비난을 감수하면서 더이상 과거처럼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국제사회 분위기에 직면해있다.
이스라엘은 국경선을 변경시키지 않으면서 점령지내에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허용,통제권과 군기지 주둔을 유지하고 유대인정착촌을 늘려 장기적으로 요르단강서안과 가자지구를 흡수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 문제는 협상이 진행될 경우 ▲가자지구와 요르단강서안이 서로 40여㎞나 따로 떨어져 있어 연결통로를 설치하는 문제 및 팔레스타인인의 무기소지문제 등은 이스라엘의 안보와 직결되어 있으며 ▲점령지내 지하수 및 요르단강 수자원이용 ▲경제협력 ▲노동운동 ▲점령지외 팔레스타인인의 귀환문제 등도 해결이 간단치않다.
골란고원은 위치상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불과 60㎞ 떨어져있고 이 고원을 서쪽으로 넘으면 이스라엘의 제2도시 하이파를 직접 포격할 수 있어 시리아나 이스라엘 양측 모두의 안보에 극히 민감한 지역이다. 그러나 양측이 이 지역을 비무장화하고 유엔이나 미국이 이를 보장할 경우 이스라엘이 양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점령지문제는 이스라엘과 아랍국들간에 43년동안 쌓아온 불신과 원한의 응어리가 풀려야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어 적어도 수년내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난민/1년이내 자치기구 설립추진/공동보조 아랍권도 믿지않아
마드리드 평화회의는 내달 2일로 예정된 쌍무협상에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에 1년이내에 팔레스타인 자치기구를 설립(잠정 존속기간 5년)하고 기구설립 3년이 지난 뒤 이 지역의 영구적인 지위에 관한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이를 계기로 영구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자치수준으로 묶어두려는 속셈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공동보조를 약속한 아랍각국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다. 지난 79년 이집트가 시나이반도를 돌려받고 이스라엘과 단독 평화협정을 체결한 것처럼 시리아도 골란고원을 돌려받고 단독으로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을지도 모른다고 팔레스타인인들은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잠정적인 자치조건을 받아들인 뒤 요르단과의 「느슨한 형태의 연방국가」를 거쳐 독립국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은 ▲동예루살렘은 절대 양보하지 않고 ▲안보를 위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외교권과 군사기지주둔은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이 PLO와 동예루살렘 거주자의 회담참가 불가입장을 끝까지 고수한 것도 실은 ▲유대교 성지 예루살렘에 대한 반환 요구 ▲점령지외 거주 팔레스타인인들이 점령지구로 대거 몰려들어 통제가 어렵게 되는 것 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요르단강서안·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인 10만여명,팔레스타인인 1백70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은 이들,2개 지역내 80만명을 포함,2백40만여명이 아랍권을 중심으로 전세계를 떠돌며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다음날 시작된 제1차 중동전시작과 함께 4천년의 생활터전을 잃고 흩어져 1964년 창설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을 전개,네차례의 중동전을 거치면서 혹독한 설움을 겪었다.
유엔은 1947년 골란고원을 제외한 현재의 이스라엘지역인 팔레스타인을 유대국과 아랍국으로 양분해 건설한다는 결의안 181호를 발표했고 67년 3차중동전 이후에는 이를 요르단강서안과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국가를 건설한다는 결의안 282 및 338호로 수정했었다. 유엔은 그러나 이번 평화회의에서는 발언권도 얻지못했다.<이기원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