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주부의 편안함 돌려드릴 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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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방송을 해요. (다수의 청취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한분과 대화하는 느낌의 편안한 라디오 방송을 만들고 싶거든요."

오랜 휴식만큼 더 편안해진 목소리로 신애라가 돌아왔다. '정오의 희망곡'(MBC)을 끝으로 라디오 DJ일을 접은 지 꼭 5년 만에, 지난달부터 KBS 해피 FM(수도권 106.1 MHz)에서 '신애라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자정~오전1시)를 진행하고 있다.

올초 연극 무대로 잠시 팬과 만난 것을 제외하고는 4년 가까이 TV나 라디오에서 신애라의 모습을 만나기 어려웠다. 청춘스타 신애라가 스스로를 '청춘스타 차인표의 아내, 차인표 아들의 엄마'로만 낮추며 살아온 때문이다. 게다가 암이 재발한 방송작가 출신 어머니(우명미)의 병간호를 하느라 방송 복귀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런 신애라를 DJ에 끌어들인데는 생방송이 아니어도 가능하다는 꼬임이 한몫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의 책임 PD인 라디오 2국 이종만 부주간은 "신애라씨가 세가지 조건을 제시하더라구요. 첫째가 녹음할 수 있느냐, 둘째가 선곡권의 절반을 달라, 그리고 마지막이 '돈 얼마 줄거냐'는 거였죠. 연예인이 직접 돈 얘기 꺼내는 경우가 없는데 '참 현실적인 여자구나'싶었죠."

현실적인 여자라는 표현보다 신애라가 연예인에서 알뜰주부로 변했다는 말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미모는 아들 하나를 낳은 지금도 여전하지만, 매니저를 내세워 출연료를 협상하는 대신 소탈하게 PD와 직접 돈 얘기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천상 주부니 말이다. TV드라마를 볼 때도 연기자가 아니라 시청자 입장으로만 흐른단다.

"남편이 출연한 드라마는 모니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드라마 '완전한 사랑'(SBS)은 쉽게 객관화가 되더라구요. 엄마가 편찮으셔서 그런지 너무 많이 울어요. '내 남편이 희애 언니(김희애)랑 뽀뽀하네'라는 식의 생각은 전혀 안 들어요."

여건상 아직 연기 복귀는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좋은 작품만 있다면, 그리고 둘째가 안 생긴다면, 엄마가 좋아진다면 내년 여름에라도 돌아오겠단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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