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마이산 능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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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완하(1958~) '마이산 능소화' 부분

주말에 아내와 열살, 여섯살
두 아들과 마이산에 갔다
계단을 오르자
금실 좋은 암마이봉과 수마이봉
두 바위 웅장하게 솟아
그 언어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말의 귀, 때로는 그렇게 몸이 더 정확한 이름이 된다
마이봉은 통째로 하나의 커다란 귀
산도 한세상 스스로를 지키기에
그토록 큰 귀가 필요했던가



산도 한세상을 지키려면 커다란 귀가 필요했으리라. 천상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바다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의 소리를 들어야 했으리. 그래서 봉우리가 통째로 귀 하나가 되었으리. 음양의 조화가 산봉우리에도 필요했으리.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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