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출범10년|관중 폭력 위험수위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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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프로야구는 올 시즌 3백만명의 관중을 돌파, 출범10년 동안 연인원 2천3백만명의 관중을 운동장으로 끌어들이는 등 성공적인 흥행을 거두며 성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흥행과 비례하듯 해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관중들의 거친 관람문화는 자주 사회적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고향팀을 일방적으로 선호하는 관중들의 응원경향은 미국·일본 등 프로야구 선진국에서도 일반적인 흐름이 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지나친 「지역이기주의」까지 겹쳐 빈번히 폭력사태로 발전하는 등 심각한 사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경기자체를 즐기기보다 승패만을 추구하는 관중들의 미숙한 관람태도에서 야기되고 있으나 프로다운 경기를 필치지 못하는 선수, 쾌적한 관람여건을 마련치 못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구단 측에도 큰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8개 구단은 서울(잠실)·부산(사직) 구장을 제외하고는 수용능력 1만2천명 미만의 조악한 구장에서 경기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대구·광주·대전·인천·전주 등 5개 지역은 모두 30∼40년씩 오래된 구장으로 외야를 제외한 전지역이 잔디가 없는 맨땅인데다 주차장·화장실·매점 등 편의시설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따라서 모처럼 프로야구를 즐기려 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흙먼지 속에 불편함이 많아 짜증스럽게 경기를 봐야한다.
여기에다 지난해부터 주6연전을 벌이는 강행군 속에 투수의 절대수가 부족한데다 지쳐버린 선수들은 실책을 연발하거나 포기하는 경기가 늘어 관중들의 짜증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경기결과만을 놓고 온갖 불만을 노출시키게돼 경기장 폭력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관람문화의 정착을 위해서는 전용구장 건립이 필수요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8개 구단은 경비가 엄청나게 드는 구장건립에 대한 관심도 적은데다 각종 법규가 난마처럼 얽혀 신규구장 건립이 요원한 실정이다.
8개 구단은 지난90년 5월8일 발표된 여신관리 규정에 따라 경기장 건립에 필요한 토지를 새로 구입할 수 없게돼 있고 토지가 있어도 프로야구경기장에 대한 규정이 없어 건립허가조차 힘든 입장이다.
현행 법규에는 아마야구장의 규격이 4천2백35평으로만 명시돼 있고 프로의 경우는 관련법규가 없어 막연히 아마의 1.5배(6천3백평)로 한다고만 돼 있다.
프로야구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행정 당국이 「아마구장보다 조금 넓으면 그만」이라는 막연한 발상으로 정해놓은 법규인 것이다.
이 규정대로 따르면 관중석 없는 경기장만을 겨우 지을 수 있다는게 프로구단 측 설명이다.
스탠드를 갖춘 구장건설에만 약8천평이 소요되며 프로구장에 필요한 연습장·합숙소·구단사무실·각종 편의시설까지 감안하면 경기장 8천평, 기타 1만2천평 등을 합해 최소한 2만평은 있어야 한다는 게 프로구단 측 계산이다.
이밖에 주차시설확보(대당 3평×1만대)를 위해 3만평정도를 감안하면 모두 5만여평 정도가 소요돼 행정당국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구단 측의 구장건립 계획은 예산은 차치하더라도 현행 여건상 공염불상태에 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구단 측은 최근 현재의 구장을 20∼30년 이상 장기임대 하는 방안을 체육청소년부·시 당국에 요청하고 있다.
전용구장 건립이 어려우니 현재의 구장을 20년 이상 장기임대 해 개·보수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구단 측은 구장을 장기임대 할 경우 선수들이 연습공간을 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돼 프로다운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구장을 개·보수해 관중들에게도 좀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프로구단 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구장관리를 맡고있는 각 시·도는 『프로야구단에만 혜택을 주는 장기임대는 불가능하다』고 맞서고 있고 체육청소년부 측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방관하고 있다.
현재 각 시·도는 매 게임 때 운동장 사용료로 입장총수입의 25%씩을 받고있어 잠실구장의 경우 서울시 측은 올해에만 10억원 정도의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그러므로 시·도 측은 장기임대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건전한 관람문화 정착과 함수관계가 있는 전용구장 건립은 정책적인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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