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 '삼바리듬'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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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브라질 주식시장의 보베스파 지수가 지난달 28일 사상 처음으로 2만포인트를 넘어섰다. 12월 첫날 거래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로써 브라질 증시는 올 들어 80%나 뛰어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승세의 1차 요인을 금리인하 때문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 6월 이후 기준금리를 여섯차례에 걸쳐 9%포인트나 인하했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연 26.5%에서 연 17.5%로 낮아졌다. 증시 주변에서는 이달 중 또 1.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인플레 우려가 높지 않다고 보고 금리인하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소비를 부추겨 경기회복세를 앞당긴다는 것이 중앙은행의 의도다. 잇따른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기업이나 개인들이 부담하는 실질 이자율이 연 평균 50%를 넘고 있어 추가 인하의 필요성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가상승의 바탕에는 경제회복세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브라질의 성장률은 0.4%였다. 전문가들의 예상치(1%)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올 들어 두 분기 계속 이어진 마이너스 성장에서는 벗어났다. 올 성장률은 1%가 안될 것이 분명하지만 내년에는 3.5~4%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경기회복세는 올 1월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약칭 룰라)대통령의 정책방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룰라는 취임 이후 긴축정책을 취해왔다. 금리를 올려 통화(헤알화) 약세를 막고 인플레이션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이 같은 긴축정책을 통해 경제안정에 자신감을 얻은 요즘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올 들어 외국인 직접투자가 62%나 늘어나 취약한 외환구조를 돕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경제가 살아나면 룰라의 정책이 노동자 복지를 챙기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브라질의 실업률은 지난 6월 13%에 도달했으며 10월 현재 12.9%에 있다.

전문가들은 브라질의 실업률도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럴 경우 룰라 대통령이 실업자들을 달래기 위해 재정정책을 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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