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쌀 개방은 제외" 의견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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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을 위한 막판 수순에 들어섰다. 양국은 쌀 등 일부 민감 농산물을 시장 개방에서 제외키로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막판 협상과정에서 한국이 어떤 양보를 했는지도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양국은 협상 타결 시한(4월 2일)을 앞두고 8~12일 서울에서 8차 본협상을 하고 남은 쟁점에 대한 마지막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양측은 이에 앞서 잇따라 고위급 협상을 열어 대립한 쟁점들에 대한 '가지치기'에 나섰다. 막판 고위급 협상을 통해 주요 쟁점들의 '주고받기'식 빅딜로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FTA기획단장은 "8차 협상은 대규모 협상단이 참여하는 마지막 협상이 될 것"이라며 "일부 쟁점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양국 수석대표와 해당 분과장이 참여하는 '2+2 협상'을 통해 3월 말까지는 일괄타결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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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분위기 호전=협상 타결 조짐이 어느 때보다 밝아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대선을 앞두고 반미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쌀 시장 개방 등 명분에 매달리기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 실익을 챙기자는 쪽으로 기울어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통상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무역촉진권(TPA)의 만료 시한(6월 30일)을 앞두고 한.미 FTA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할 필요도 있다. 미국은 TPA 만료 시한 90일 전인 4월 2일까지 통상 협상 타결 내용을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국도 협상에 적극적인 입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양국 간의 물밑 협상도 빈번해지고 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통상장관 회담을 하고 남은 쟁점에 대한 마지막 조율을 벌였다. 김종훈 우리 측 협상수석대표도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와 비공개 막후 협상을 벌였다. 농산물 분야의 쟁점 해결을 위해 양국의 농업담당 차관보급 회담도 5~6일 워싱턴에서 별도로 열린다.

◆빅딜 식 타결 시도=우리 측은 이번 협상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쌀을 협상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쌀이 '딜 브레이커(협상을 깨는 변수)'로 재인식된 만큼 개방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FTA 협상을 깰 수 있는 민감한 쟁점에 대해서는 서로 협상의 유연성을 최대한 발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우리 측의 최대 쟁점인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문제도 FTA와 분리해 향후 재논의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반덤핑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우리 측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 및 신(新) 약가정책의 개정과 서로 주고받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또 ▶미국의 전문직 비자 쿼터 허용↔ 우리의 특급배달 서비스 개방 ▶미국의 섬유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인정↔우리의 원산지 기준 완화 요구 등을 서로 맞바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양측의 장외 힘겨루기가 가열되고 있다. 미국 상.하원 15명의 의원들은 지난 1일 한.미 FTA 자동차 협상과 관련,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자동차 관세(8%)가 즉각 철폐되지 않으면 매년 한국 차에 대한 무관세 혜택을 한국에 수출되는 미국 차의 증가분만큼으로 제한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통상본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미 행정부가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 이를 협상의 기반으로 삼으려 한다면 협상이 좌초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반박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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