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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정·공화계 「반YS」연합전선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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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 대통령 두최고위원 연쇄독대 관심/정치일정등에 합심 세 결집/김 대표 대세론에 팽팽한 힘겨루기
14대총선을 앞두고 민자당내 계파간 알력이 겉으로는 일단 평온한듯 하지만 김영삼 대표(YS)와 반김영삼 진영 사이의 물밑 힘겨루기는 여전히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다.
박태준 최고위원의 미일 방문(22일 출국)을 환송하기 위해 20일 낮 김종필 최고위원이 주재한 골프모임은 반YS연합을 주도해온 두사람간의 결속과시로 비춰지고 있으며 김대표쪽에선 이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각계인사들과의 대화활동을 부쩍 강화해온 노태우 대통령이 박최고위원과 김종필 최고위원을 지난 18일과 21일 각기 청와대로 불러 요담해 「독대」내용은 물론 그것이 뜻하는 의미에 대해 관심이 쓸리고 있다.
○…20일 골프모임에는 이한동·박준병·정석모·심명보·오유방·김종호 총무·나웅배 정책의장(이상 민정계)·최각규 부총리·김용환(공화계)·신상우(민주계)의원 등이 참석,외견상 범계파 모임이었지만 민정·공화계 단합의 미묘한 상징성을 띠었다는게 중론.
두최고위원은 최근 「국가운명이 걸린 정치적 고비의 역할론」(김최고위원),「경제전쟁시대의 지도자 자질론」(박최고위원)을 각각 내세워 이미지 관리와 활동공간을 확대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었다.
김최고위원은 그동안 이종찬·이한동·박준병·심명보 의원 등 민정계 중진들과 자주 만났으며 박최고위원 역시 이들 중진과 이춘구 의원,박철언 체육청소년장관과 면담을 통해 김대표의 예고된 겨울공세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여름 제주파동 이후 「여권 제2인자 수업」에 충실하려는 김대표가 노대통령 후계자로 자신을 옹립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내년 1월이라는 내부적 시한이 점점 다가오면서 두최고위원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민정·공화계의 짜임새 있는 연합전선을 도모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대통령과 두최고위원간의 독대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이뤄졌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돌아 앞으로의 정세는 매우 미묘하게 흐를 것으로 보인다.
두최고위원은 노대통령이 확인·강조해온 「대통령후보는 당헌에 따른다」는 발언을 뒷받침 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중진들과 함께 「3월총선­5월 후보결정 전당대회」의 정치일정이 흐트러지지 않게 결속해 나가기로 다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사람은 노대통령의 지시에 힘을 모으면 YS의 후계자 조기결정 요구가 한계에 부딪치고 그의 선택의 폭이 좁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총선전 후계자지명 또는 분당이냐」의 YS양자택일 카드를 점검해온 두최고위원과 민정·공화계 중진들은 대체로 「YS가 뛰쳐나가기 힘들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탈당해도 결정적 변수는 못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YS 탈당 시나리오」가 14대총선 패배로 이어진다는 김윤환 총장 등 민정계와 청와대 일부의 우려에 대해 「부산에서 고전할뿐 김대표의 다른 아성인 경남도 해볼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 독대에서 이들은 집권후반기를 안정감 있게 꾸려가기 위해선 노대통령이 총선의 공천권과 선거관리권을 동시에 전권 행사해야함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김 최고위원은 공천과정에서 노대통령의 「손때가 묻어야만」총선 이후 후계자결정 및 정권이양 과정에서 노대통령의 의중과 구상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건의,대세론에 따른 당내 판도변화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대중정치인으로 변신움직임을 활발하게 시도하고 있는 박최고위원의 청와대 면담(18일) 내용은 아직 흘러나오고 있지않으나 그의 민정계 관리에 대한 노대통령의 평가와 지원이 변함없었다는게 박최고위원 주변의 설명이다.
「박최고위원의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청와대 일각의 지적도 없지않으나 박최고위원 측에선 노대통령과 충분한 교감속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등 최근 움직임에 자신감이 붙어있다.
그는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선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민정·공화계의 타협적 대안으로 자신의 입지를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미국에서 폴리하원 의장을 만난뒤 일본에서 차기총리로 내정된 미야자와 자민당총재와 회담하는 그의 해외 방문일정은 포철회장의 평판을 넘어 대중적 이미지를 갖추겠다는 의욕으로 보인다.
이같은 두 최고위원의 움직임이 당장 YS배제연합전선으로 가시화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결심이 민정계 대타쪽으로 설 경우를 대비한 세결집의 의미는 분명한 것으로 보여 노대통령의 최근 분주한 행보와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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