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감독 김응룡|통솔력·배짱 갖춘 승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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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해태가 프로출범이후 지금까지 벌어진 9차례 한국시리즈(85년 삼성전·후기통합우승 제외) 중 6번 우승을 휩쓸 수 있었던 것은 뚝심과 배짱의 「코끼리」김응룡 감독의 과감한 용병술과 막강한 투수력을 보유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89년 우승 때까지만 해도 해태의 저력은 선동렬을 축으로 한 막강한 마운드와 김성한, 한대화, 김종모 등이 중심이 된 폭발적인 타격이 우승의 원동력으로 지적돼 왔을 뿐 김응룡감독의 용병술은 크게 평가받지 못해왔다.
일부에서는 『김감독이 선수들을 잘 만나 저절로 우승감독이 됐다』며 혹평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응룡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 프로야구계의 이같은 평가를 뒤바꿔놓았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김감독은 승부 처에서의 과감한 결단, 적재 적소에 최적의 선수를 투입한 치밀한 용병술 등을 과시, 프로야구 최고참 감독이며 지장으로 알려진 김영덕 감독을 완패시켰다.
김응룡 감독은 1백kg의 거구답게 평소 말이 없고 자신을 드러내기 싫어한다.
이같은 성격 때문에 김감독의 강점은 쉽게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해태선수들은 지난83년 한국시리즈 첫 우승 이후 6번째 우승을 차지한 원동력이 김감독의 무뚝뚝한 통솔력 때문임을 안다.
김감독은 개성이 너무 강해 순치가 어렵다는 해태선수들을 치밀한 이론·경험으로 압도했고 때로는 은근히 완력을 과시하는 고등전술로 휘어잡았다.
훈련도 가급적 선수들의 개성에 맡기는 자율훈련을 실시했으나 성과가 시원치 않을 경우에는 혹독한 대가 (?)를 요구, 철저한 프로의식을 심어줬다.
이론보다 행동이 앞서야한다는 김감독의 지론에 익숙해진 해태선수단도 특유의 기질까지 합쳐져 막강한 팀웍을 이루게된 것이다.
해태의 승부근성은 타고난 기질에다 김감독의 교묘한 용병술로 더욱 굳세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올 시즌 해태는 타격을 주도하던 한 대화, 김성한 등이 다소 노쇠한 기미를 보였고 투수 3관왕을 차지한 선동렬의 구위도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해태는 아직도 마운드에서 선동렬이 15승 이상은 가능하고 이강철, 조계현, 신동수 등이 절정기에 있는 데다 타격에서도 이호성, 박철우, 홍현우 등이 김성한·한대화의 뒤를 잇는 재목으로 자라고 있어 8개 구단 중 최고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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