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한 자릿수 지지율, 쫙 오를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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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사진 앞줄 왼쪽)

측근 정문헌 의원을 통해 당내 경선 불참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인 지난 23일. 한나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100일 민심대장정을 마친 지난해 10월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그는 당내 경선 불참 가능성에 대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당당하게 정도를 걷겠다"고 했다. 그만큼 비장한 각오라는 걸 읽어달라고 했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대해선 4개월 전과 같은 얘길 반복했다.

"완만하게 가다가 어느 순간 쫙(오른다)." 자신감은 여전했다. 이 날 손 전 지사는 여러 번 술잔을 비웠다. 오랜만에 캠프 관계자들을 따돌리고 지인들과 만난 자리. 경선 불참 및 범여권 영입 가능성이 떠오르며 안팎의 시선을 받고 있는 손 전 지사는 "가슴에 강이 흐른다"고 했다.

#"경선룰 대세론과 싸우는 것"

이날 오후 정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당내 경선 불참 가능성에 대해 손 전 지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정정당당하게 가겠다"고 했다. "(탈당 등 사수 없이)이대로 꿋꿋하게 정도를 걷겠다."고 말했다.

불참 가능성 언급은 '6월 경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당 경선준비위원회에 대한 강력한 항의 표시라는 얘기다. 현행 한나라당 규정은 대선 6개월 전인 6월에 경선을 진행하고, 대의원 투표 결과 20%에 당원 및 일반국민 투표 결과 각 30%, 여론조사 결과 20%를 반영해 대선후보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각 주자들은 원칙 고수(박근혜).방식 일부 조정(이명박).시기 및 방식 조정(손학규) 등 유불리에 따라 저마다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세 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낮은 손 전 지사에겐 조기 경선이 불리하다. 전세 역전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취약한 당내 기반을 고려하면 당원과 대의원 투표 결과가 크게 반영되는 현 제도보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가 보다 유리할 수 있다.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참 카드를 꺼내들고 '9월 이후 100%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는 이유다. 4개월 전에도 손 전 지사는 "손학규가 후보에서 빠지는 한나라당 반장선거는 없다"고 못 박았다. 23일 술자리에서도, 사흘 뒤 목포에서도 손 전 지사는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경선 시기를 정해놓고 양대 주자의 입장을 절충하려는 "'경선룰 대세론'에 대항해 싸우는 것"이라고 했다.

27일 손학규 캠프의 이수원 공보실장은 손 전 지사의 입장을 부연했다. "상대(범여권)는 큰 판(오픈 프라이머리)을 벌이겠다는데 우리(한나라당)만 구멍가게를 열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경선 불참 가능성 시사는)불참을 각오하고서라도 경선 룰을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는 비장한 각오일 뿐"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12월 19일"

고건 전 총리 퇴장 후 손 전 지사를 향한 안팎의 시선은 보다 뜨거워졌다. 범 여권 후보 영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외부 상황 변화로 몸 값은 뛰었는데, 지지율은 그대로다.

호응 좋았던 지난해 100일 민심대장정 이후 5% 안팎이던 지지율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4.5%(2.14 현재 리서치 앤 리서치&조인스 풍향계 조사)에 머물고 있다. "완만하게 가다가 어느 순간 쫙 오를 것"을 기대했던 손 전 지사에게 "'그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다. "머지 않았다"고 한다.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지금도 지지율 급반등에 자신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럼요." 단호하게 답한다. 이어 "오늘이 2월 23일이지. 중요한 건 12월 19일날 누가 웃느냐 아니요?" 되묻는다.

그러면서 "TV에 나오면 채널 고정하고 보고 싶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을 당 후보로 내야 한다. 그런 대통령이 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당내 박근혜-이명박 캠프 사이의 검증 논란에 대해선 "떳떳하게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안녕, 손학규"

이 날 함께 자리한 손 전 지사의 오랜 지기 조영남은 '손학규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우리는 이제 이걸로 끝을 내자"고 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 조영남이 선배, 손학규가 후배다. 문제아와 모범생 같은 두 사람은 밴드와 연극에 미쳤던 한창 때를 얘기하다 의기투합했다. "대학시절 핸섬한 손학규를 남몰래 질투했다"는 조영남. "정대철 형님한테 놀러갔다가 여의도에서 보고, 그러다 정이 들었다"고 했다. 손 전 지사의 주머니 사정도 살뜰하게 챙겨준다. "도지사 시절에 개발되는 땅 좀 사두지 그랬느냐"며 눈을 흘긴다.

지난해엔 중앙일보가 마련한 자리에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마주 앉기도 했다. 그랬던 조영남이 손학규를 떠나겠다고 공언했다. 손 전 지사는 "가슴에 강이 흐른다"는 말로 소회를 대신했다. 술 잔이 돌자 "좀 더 올라가면 그 때 가시오. (지지율이)올라가도 뭐 계속 보는 거지."라고 했다. 함께 한 20여 명의 지인들은 박수를 쳤다. 동의와 공감의 표현이었다.

답보 상태의 지지율 속에서도 조영남은 "손학규가 곧 상승 기류를 탈 것"이라고 판단했다. "(자신과의)사사로운 인간관계가 짐이 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이걸로 끝"이라고 했다.

하지만 후배 손학규와 결별을 선언한 그날 밤, 얼큰하게 취한 가수 조영남은 자리를 파하며 한 마디를 보탰다. "나는 밴드부도 해보고 연극도 해 본, 문화를 아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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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촬영 박연미 기자
영상편집 윤은정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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