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북한인」 귀순/벌목장 파견중… 소 대륙 한달간 횡단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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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임업대표부 운전사로 소련 시베리아 벌목장에서 파견근무하던 이정의씨(48)가 귀순,8일 오전 10시 대한항공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씨는 『하루 18시간씩의 중노동에다 상납을 강요하는 등 비인간적인 북한체제에 회의를 느꼈고 소련 교포언론을 통해 한국실상을 알게돼 탈출을 결심했다』고 귀순동기를 밝혔다.
이씨는 86년 소련 하바로프스크로부터 7백㎞ 떨어진 엘가지방 벌목장에 운전사로 파견된후 8월 벌목현장 감시자에게 상납을 약속하고 벌목장을 출발,약 1개월에 걸쳐 열차·도보 등으로 소련 국토를 횡단해 지난 3일 유럽주재 한국공관에 귀순을 요청했다.
이씨는 『현재 시베리아 벌목장에는 북한인부 1만7천여명이 파견돼 있으며 보수는 북한내에서 보다 10배가량 좋으나 노동자 1백명당 1명씩의 보위부원이 안전원으로 배치돼 말을 안들으면 감방같은데 잡아넣고 체벌을 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남은 생을 자유세계에서 살고싶어 휴가도 가지않고 3년전부터 귀순준비를 해왔으며 차가 고장나 부속품을 구하러 간다고 얘기하고 1주일간 허가를 받아 소련을 횡단,국경을 넘었다』고 탈출경로를 밝혔다.
이씨는 62년 평양경공업전문학교 야간부 2년을 중퇴한후 군생활을 거쳐 72년부터 북한 임업대표부 소속 운전사로 일해왔으며 평남 북창군 대평리에 부인·두자녀가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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