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REALESTATE] 살고 싶은 셋집 모자라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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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전세난을 피하기 위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를 찾을 만하다. 입주시점엔 전세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싼값에 전셋집을 구할 기회가 많다.

◆ 소형은 없고 대형은 남고=서울 강북구 미아동 로얄공인 이성우 사장은 "미아뉴타운 전체를 통틀어 20평형대 전세매물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라고 말했다. 성북구 돈암.종암동, 노원구 중계동, 중구 신당동, 성동구 금호동, 영등포구 문래동 등에서도 소형 아파트 전세는 씨가 말랐다.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가점제를 앞두고 전세 재계약을 통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는 세입자와 대출 규제로 집을 살 엄두조차 못 내는 세입자가 늘어난 데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소형을 정리한 다주택자들이 많아 전세용으로 나오는 집 자체가 드물어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셋값도 뛰고 있다. 지난해 가을 1억2000만원 선이던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한신아파트 27평형은 최근 1억6000만원대로 올랐다.

반면 30평형대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고, 40평형대 이상은 세입자를 못 구해 빈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돈암동 태영부동산 성기완 사장은 "40, 50평형대 전세에 살던 분들 중 상당수가 지난해 가을 집값 급등기 때 각자의 자금 형편에 맞춰 집을 샀기 때문에 대형 전세 매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2678가구)도 20평형대는 전세매물이 소진됐지만 40평형대 이상의 경우 절반 이상이 세입자를 못 찾고 있다. 잠실동 두리부동산 박수현 사장은 "요즘 전세를 찾는 사람은 신혼부부 등이 대부분이어서 전셋값도 비싸고 관리비 부담도 큰 40평형대 이상의 전세는 인기가 없다"고 전했다.

수도권에선 아직 소형 아파트 전세 수급에 여유가 있다. 서울 등에 비해 신혼부부나 새내기 직장인들의 전세 수요가 적어 이들이 선호하는 소형 전세물량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새 아파트에 눈 돌릴 만=소형 전세시장 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서울 소형 아파트에 대한 신규 전세 수요는 꾸준하지만 새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 및 기존 세입자들의 눌러앉기 등으로 전세 공급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서울의 입주물량은 3만6700가구로 지난해(5만2036가구)보다 30%나 줄어든다. 전세난을 피하려는 전세 수요자는 동시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는 새 입주단지를 노리는 게 낫다. 다만 입주 무렵에는 물건이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목표 단지를 정하고 미리 움직여야 한다. 서울에서는 3~5월에 강북지역에서 입주를 시작하는 단지가 많다. 휘경동에선 동일스위트리버 아파트(23~44평형 445가구)가 4월에 새 집주인을 찾고 신공덕동에선 대림e-편한세상(24~41평형 128가구)이 3월에 집들이를 한다. 꼭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은 수요자는 동탄신도시나 과천.광명.하남.고양.의정부시 등에서 나오는 새 입주 단지를 알아보면 된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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