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잘 뽑았어, 민렌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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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CC의 신선우 감독을 흔히 '신산(神算)'이라고 부른다. 수읽기에 능하고 선택에 실수가 없다는 뜻이다. 물론 과장이다. 신감독도 다른 감독처럼 선택을 잘못해 낭패를 보기도 하고 수읽기 실수로 이길 경기를 내주기도 한다. 그러나 신감독은 가끔 확실한 선택으로 '한방'을 터뜨린다. 결국 승부사인 셈이다.

올 시즌 신감독의 '한방'은 드래프트 1순위로 잡은 찰스 민렌드다. 득점력 강하고 경기 흐름에 밝으며 투지와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 약사 자격증을 보유했으며 짧은 대화에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줄 아는 지성의 소유자 민렌드로 인해 KCC는 언제든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강호로 자리잡았다.

신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자마자 미국으로 장기 출장을 떠나 심사숙고 끝에 민렌드를 점찍었다. 지난 시즌 이스라엘 리그에서 경기당 25.2득점.8.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득점왕과 정규시즌.올스타전 최우수선수상을 휩쓴 민렌드는 올 시즌 17경기에서 28.0득점(1위).11.1리바운드(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상민과의 호흡이 환상적이다.

시즌 초반에는 슛이 부정확하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최근에는 3점포까지 터뜨리며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슛의 정확도가 향상된 것은 노력의 결과다. 훈련시간을 통해 정말 많은 슛을 던졌다고 한다. 본인의 설명은 "슛은 리듬이다. 우리 팀의 플레이 리듬과 나의 리듬이 일치할 때 좋은 슛이 나온다"는 것이다.

부정확한 심판 판정에도 결코 동요하는 법이 없다. 이 점에서는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제이슨 윌리포드(전 나래.기아), 재키 존스(전 현대.SK), 조니 맥도웰(모비스), 아티머스 맥클래리(전 삼성) 등 기량이 뛰어난 선수는 많았지만 민렌드만큼 신사적이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난 후 판정에 대해 물으면 "믿을 수 없다. 유감이다"는 수준의 멘트에 그친다.

승부처에 강한 민렌드의 비결은 '집중력'이다. 민렌드는 "매 순간 이기고 싶다는 열망을 간직한 채 달리고 또 달린다. 이기고 싶다는 열망만큼 나에게 집중력을 주는 요소는 없다. 농구에서 집중력이야말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미덕이다"고 강조한다. 1~2점차의 접전이 거듭될 때 신선우 감독은 늘 민렌드에게 작전을 부여한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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