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언론, 반러 캠페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25일 미국.유럽 등 서방 언론의 보도 태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러시아 민영방송 '테베체(TVC)'와의 회견에서 "서방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반(反) 러시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음모론을 믿지 않지만 여기에 어떤 숨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언론의 반 러시아 캠페인은 러시아가 강해지고 재정적으로 독립된 국가가 될 때 항상 기승을 부렸다"며 "우리가 강해질수록 이를 방해하려는 세력의 욕망도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폴란드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에 미사일 방어(MD) 기지를 건설하려는 미국의 계획과 관련, 서방 언론들이 러시아가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식의 '불공정한' 보도를 하는 데 대한 불만 표출로 관측된다. 올해 초 러시아의 대유럽 석유 공급 중단 사태 때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에너지 무기화' 정책을 비판한 서방 언론의 보도도 염두에 둔 듯하다. 라브로프 장관은 21일 러시아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의 주장처럼) 이란이나 북한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면 (동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 MD를 배치해야 할 것"이라며 "동유럽 배치 MD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또 옛 소련 국가들에 대한 에너지 공급가 인상 조치에 대해 지금까지 '형제국'에 제공해 오던 특혜 가격을 국제시장 가격으로 재조정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러시아 정보 요원 독살 사건 때도 "서방 언론들이 선입견에 이끌려 편파적 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러시아 정보기관의 개입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유철종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