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먹히는 통일은 안된다”/연형묵총리 유엔총회 연설요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나는 제46차 유엔총회에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유엔성원국으로 받아들인데 대한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과 관련해 여러나라 정부들과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에게 사의를 표하며 우리 공화국이 유엔의 목적과 원칙에 맞게 성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는 것을 천명하는 바이다.
핵무기의 위협을 상시적으로 받고 있는 조선인민은 핵무기철폐를 민족의 운명과 관련된 절실한 요구로 제기하고 있다.
우리 공화국정부는 조속한 시일안에 포괄적인 핵시험금지를 실현하는 것을 현시기 군축분야에서 나서는 가장 절박한 문제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으며 핵무기의 시험과 생산을 막고 지금 있는 핵무기를 축감하며 나아가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기 위한 국제공동체의 노력에 적극 합류해 나갈 것이다.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정부는 공화국이 유엔에 정식으로 가입하게된 오늘 유엔가입 이전시기에 우리나라와 유엔사이에 있었던 과거사의 유산이 옳게 청산되고 조선통일 문제의 공정한 해결에 유엔이 응당한 기여를 하게 되리라고 기대한다.
우리는 조선의 통일은 누가 누구를 먹거나 먹히는 제도의 통일이 아니라 북과 남이 하나의 민족으로 단합을 이룩하는 민족의 통일로 이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공화국정부는 그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도로 하나의 민족,하나의 국가,두개 제도,두개 정부에 기초한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는 연방제방식으로 통일하는 길만이 승공도,적화도,북침도 다 용납하지 않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평화애호적인 방도라고 생각한다. 이 방안은 국제관계에서 평화와 정의를 수호할 사명을 지닌 유엔의 고상한 목적에도 일치한다.
북남고위급회담이 좋은 결실을 보게되면 최고위급회담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북남대화는 통일을 위한 대화로 되어야 하며 분열을 고착시키기 위한 대화로 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우리나라의 통일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조선반도의 평화를 보장하며 평화통일의 전제를 마련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제기된다. 우리는 북남불가침선언의 채택을 조선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대치상태를 해소하고 북남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우리는 불가침선언 채택과 함께 북남사이의 군축을 실현해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핵사찰문제는 우리나라에 조성된 특수한 환경과 분리해 풀 수 없다. 우리는 우리나라가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 가입하면 우리에 대한 핵위협이 응당 제거되리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로 되었으며 우리에 대한 핵위협은 더욱더 증대됐다.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해마다 벌어지는 팀 스피리트로 알려진 군사연습은 사실상 우리를 겨냥한 핵전쟁 연습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핵위협을 가하고 있는 핵소유국의 조약상 의무이행은 불문에 부치고 핵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에 대해서만 일방적인 핵사찰을 요구하는 것으로서는 문제를 풀수 없는 것이다.
우리에 대한 핵위협이 계속되고 일방적인 국제적 압력만이 가해지는 환경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우리는 며칠전 미국대통령 부시가 지상 및 해상기지들에서 단거리핵무기들을 제거할데 대한 제안을 발표한 것을 환영한다. 아울러 이 제안이 빨리 실현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미국대통령의 제안에 비춰 볼때 응당 남조선으로부터도 미국의 핵무기 철수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유엔본부=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