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연 총리 유엔연설 비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남북통일 구체 실천방안 상당한 거리감/평화체제·군축등 총론은 비슷/남 3통협정 우선 북선 군사신뢰 강조
남북한 유엔가입을 계기로 지난달 25일의 노태우 대통령 연설과 연형묵 북한총리의 기조연설에 나타난 통일접근방안은 큰 테두리에서 많은 일치점을 보였으나 구체적 실천방안과 핵문제 등에서 차이를 보여 주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의 통일논의는 상호 공통점을 크게 볼 것이냐 아니면 구체적인 실천방안에서의 차이를 크게 볼 것이냐는 남북의 입장에 따라 전기를 맞거나,현재와 같은 답보상태를 유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노대통령은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평화정책의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불안한 휴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군사적 신뢰구축을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군비감축 ▲사람·물자·정보의 자유로운 교환등 3개안을 제시했다.
연총리는 한반도의 평화보장과 평화통일의 전제를 마련키 위해 ▲북남불가침선언의 채택 ▲군축실현으로 군사적 대결상태 해소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 ▲한반도의 비핵지대화를 제시했다.
따라서 노대통령과 연총리의 유엔연설에서 나타난 평화통일을 위한 실천방안은 휴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과 군축에 있어 용어상의 일부 차이를 극복하면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평화체제」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북한은 「불가침선언」을 제시하고 있는데 대해 한국정부 고위안보관계자는 『평화체제(협정)에 불가침선언등 많은 것이 포함된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정부의 방안이 더 포괄적이라고 보면 남북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제시한 3통(사람·물자·정보의 자유로운 교환)과 관련,북한은 이 문제를 별도항목으로 다루고 있지 않으나 남쪽의 콘크리트장벽 제거요구와 함께 남북간 자유내왕과 정치·경제·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전면개방을 주장하며 이것이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고 통일실현의 힘있는 방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같이 남북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방안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방법,그리고 북한이 제시한 「조선의 비핵지대화」에는 남북한이 상당한 이견과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핵지대화와 관련,부시 대통령의 연설전이긴 하지만 노대통령은 군축분야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북한의 핵사찰수용과 한반도 비핵지대화 선언을 별개로 규정했다.
한편 북한이 무조건 핵사찰을 수용하고 핵개발을 포기하면 재래식전력감축과 한반도 핵문제에 대한 남북간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용의를 밝혔다.
노대통령은 한반도핵논의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당사국으로서 의무를 다할때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부시 대통령의 핵무기폐기선언을 환영하면서도 『남조선에서 핵무기가 철수되면 핵담보협정체결의 길도 열릴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여전히 연계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이 동북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변화에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반면 북한은 자신의 핵개발능력을 부인하면서 남한에 있는 핵무기가 북한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노대통령연설은 여러 곳에서 남북한의 인도적교류를 통한 정치적 신뢰구축을 우선시한 반면,북한은 여전히 군사적 신뢰구축을 우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한의 유엔기조연설은 부시 대통령의 핵무기 폐기선언으로 상황이 바뀐 한반도에서 핵문제를 제외하면 휴전체제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군축필요성,불가침선언 등 주요 문제에서 남북한간에 상당히 의견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접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구체적 접근이나 핵문제에 있어선 여전히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남북당사자들이 이 가운데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볼 것이냐가 앞으로 남북문제의 협상속도를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