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감 막판에 “현대풍파”/이례적 발표에 정부와의 불화설 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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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주,장외조사 관계자 면담못해 차질
파행국정감사 막판에 「현대」문제로 풍파가 일고있다. 민자당 단독국감에서 국세청장이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일가의 주식변칙거래사실을 공개했으며 야당의 「장외국감」에서도 현대의 호화별장 등이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일 재무위 국감현장에서 서영택 국세청장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일가의 변칙주식 상속혐의를 포착,조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발표한데 대해 민자당에선 정부와 현대간의 불화설 쪽에서 주목하는 시각이 대두.
세무조사 명단공개에 깐깐하기 이를데 없는 서청장이 정회장을 거명,조사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제까지 그의 국회답변 태도로 볼때 극히 이례적인 일로 서청장의 돌변한 스타일에 어떤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실제 이날 호화생활자 명단을 밝히라는 요구에 늘 하듯 「과잉행정처분」이라고 거부한 것에 비춰볼때 재계에 큰 파장을 미칠 이같은 사안을 밝힌 것은 정부의 현대에 대한 「모종의 판단과 결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재무위원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정회장 일가의 변칙증여 의혹을 질문한 김덕룡 의원은 『6공과 현대간에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런 측면에서 불 것만은 아니다』면서도 『솔직히 이런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고 토론할 정도.
지난달 19일 증권감독원 감사에서 김의원은 같은 내용의 추궁을 했으나 당시 박종석 감독원장은 명확한 답변을 피한채 얼버무려 대조적인 것만은 분명.
물론 같이 감사에 참석한 나웅배 정책의장은 『현대의 주식 이동이 많으니까 조사한다는데 의미부여할게 있느냐』는 반응도 있으나 재계에 정통한 다른 의원은 『조사 자체보다 사실 공개가 중요하며 상당한 파장이 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재무위소속 의원은 『6공 경제정책에 비판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정회장의 「행태」에 대한 청와대 등 여권 핵심부의 불만이 상당한 수위에 이른 것으로 알고있다』며 서청장의 발언을 정부의 대현대 경고라는 시각에서 분석.
청와대 일부에선 『현대 등 대기업이 엄청난 은행돈 차입으로 사실상 국민 돈으로 기업을 유지하면서 최근 심각한 자금난에도 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은 문제』라며 『대기업들이 뻗대면 방법이 있다』고 노골적으로 엄포.
민자당 일각에선 총선·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6공의 막판 「재계 길들이기」가 어떤 형태로든 등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최근 나돌았다.
○…민주당 호화별장 불법행위 실태조사단의 최영근·이협·김영도·이희천·이영권 의원 등은 2일 경기도 가평군 청평호숫가에 있는 현대증권 이양섭 회장,현대건설 김정국 부사장 등 현대그룹 경영진 7명 명의로 된 별장지 6천3백여평과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 소유 별장지 3천여평 등을 현장조사.
현대 경영진 별장지는 3천여평의 잔디밭이 농지 불법전용으로 문제된뒤 모두 파헤쳐지고 대신 대추나무를 급히 심어놓았으며 수영장으로 사용했던 양어장에는 물을 빼놓았다.
의원들은 『군청 관리에게 88년말 별장이 들어선 이래 농지전용,수영장 및 테니스장·농구장설치 등 불법이 저질러졌음에도 이를 눈감아준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
박희산 가평군 건설과장은 불법사항을 대부분 시인했으나 『별장이 워낙 외진곳에 떨어져 있고 인력이 모자라 수시 조사가 힘든 상황』이라고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
○…민주당이 민자당의 단독국감에 맞서 2일 실시한 장외 국감은 예상대로 조사대상자의 면담거부 등으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데는 실패.
블랙리스트 조사단은 부산에서 금호상사 등 관련업체의 사장·직원들을 면담하려 했으나 관계자들이 전원 출근하지 않는 등 면담을 아예 기피했고,한보특혜비리 조사단은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원형·이태섭 의원과 장병조 전청와대 비서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태섭 의원과 장전비서관은 거부,이원형 의원만 잠깐 만나는데 그쳐야 했다.
한보조사단은 수감중인 두의원과 장전비서관의 면담을 시도했으나 송주섭 구치소장이 『조사목적상 면회는 행형법상 불가능하다』고 버텨 30분간 승강이 끝에 한보 및 수서사건 관련질문을 하지않는 조건으로 일반면회에 합의.
면담에 응한 이원형 의원은 그러나 면담과정에서 『장전비서관이 재판정에서 「나는 홍성철 전대통령 비서실장과 행정수석비서관의 지시 없이는 한발짝도 못움직인다」고 발언한 내용이 신문에 대서특필 될줄 알았는데 한줄도 안났다고 하더라』고 전언,수서사건이 장전비서관 이상의 선에서 관련됐음을 시사.<박진균·김두우·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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