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예측(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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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예측들이 너무도 빗나가고 있다. 「예측」이란 본래가 점성술같은 것이어서 꼭 맞아떨어지기란 어려운 일이긴하다. 그러나 케인스 이후 거시적인 계량경제학의 입장에서 경제이론에 수치를 주어 정량화하고 통계적으로 검토해 내놓는 경제예측은 점쟁이들의 길흉점과는 전혀 다른 나름의 과학성을 인정받아오고 있다.
경제관계 예측에서 단연 권위를 자랑해온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금년도 경제전망들이 몇차례씩 수정을 거듭하는데도 엇비슷하게나마 맞아떨어지는게 없다.
KDI는 지난해 11월 금년도 무역적자폭을 28억달러로 예측했다. 지난 1월의 1차 수정에서는 32억달러,6월 2차 수정에서는 38억달러,9월의 3차 수정에서는 69억달러의 적자를 각각 전망했다. 이처럼 세번씩이나 국제수지 전망을 수정했는데도 당장 9월말 현재의 무역적자가 96억달러를 넘고 있으니 불과 한달후의 예측도 제대로 못한 꼴이다.
한국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한은은 연초 무역 적자폭을 20억∼25억달러로 전망했다가 4월에는 연초예측을 낙관적으로 수정,16억달러의 적자전망을 내놓았다.
한은의 이같은 무역적자 예측수정은 지방의회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왜곡의 통계가 아니었느냐는 야당의 비판까지도 받고 있다.
상공부는 「절대적 수지균형」을 장담해온 9월 무역수지가 7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자 유구무언의 침통한 표정이라고 한다. KDI의 경제성장률 예측도 6.9∼7.4∼9.0∼8.7%로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과 KDI의 경제예측을 굳이 비유한다면 「엿가락 전망」이라고나 할까.
한은은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경제위기론」이 제기되자 낙관론 일변도의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기우」라고 일축했다.
경제예측이 허허실실의 신수점일순없다. 정부경제정책입안의 중요자료가 되며 나라살림과 기업들의 사업계획에 나침반 구실을 한다.
예부터 우리는 미래를 대비하는 계획에 철저해 1년과 하루의 계획을 각각 봄과 새벽에 꼭 세우도록 했다(일년지계재우춘,일일지계재우신).
경제가 어려울때일수록 보다 정확하고 솔직한 예측과 전망이 필요하다.<이은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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