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의원 52명 행사 참석 '세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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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이 23일 대전시 서구 캐피탈타워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전광역시당 2007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건배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창희 최고위원, 이명박 전 서울시장, 강재섭 대표, 이재선 대전시당위원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김용환 전 의원. [대전=오종택 기자]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들이 23일 대전에 집결했다. 대전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다. 전날 한나라당 전국기초의회의장협의회 총회에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도 신경전을 계속했다.

박 전 대표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에 반대한 이 전 시장을 의식한 듯 "대표 재직 때 행정복합도시법을 통과시켰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거의 정치문화를 깨끗이 털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걱정 끼쳐 고개 들 수 없었다"=이 전 시장은 이날 당내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국회에서 주최한 정책 간담회에 참석했다.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 자신의 경제 비전을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검증 논란과 관련, "한나라당에서 시끄러운 일이 있었고 제가 중심에 서 있어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당원들에게 죄송스럽다"며 "당원들에게 걱정을 끼쳐 고개를 들 수 없다"고 말했다. 행사장엔 이 전 시장과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현역의원 52명과 50여 명의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과거 지구당 위원장)이 모습을 나타냈다. 참석자 중 일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신년하례회에도 참석했다.

이 전 시장은 행사 후 의원 30여 명과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내가 성직자처럼 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막 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고 한다.

◆"손수 구두 닦은 링컨 배워야"=박 전 대표는 보수층 인사들 모임인 '21C 동서포럼' 주최 조찬 특강에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선 청렴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재임 시절 자신의 구두를 스스로 닦았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에 나섰고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청렴하고 도덕적으로 깨끗했기에 국민도 따를 수 있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도덕성 검증 논란에 휘말린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말이란 해석이 나왔다.

◆정인봉, 반성문 제출=한나라당은 윤리위원회를 열어 이 전 시장에 대한 도덕성 의혹을 제기했던 정인봉 전 의원에 대해 '3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내렸다. 정 전 의원은 반성문을 제출했다.

글=김정하·서승욱 기자<wormhol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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