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종이 사용않고 수입펄프로 만들어|표지도 영어에 일그림 모방많아 동심해쳐|국교생 공책 너무 사치스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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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공책이 지나치게 고급이고 사치스럽다. 따라서 대부분 구미국가가 그렇듯이 재생종이를 사용한 검소한 공책을 보급하자는 운동이 펼쳐질 계획이라 관심을 모은다.
아시아문화교류소(소장 강우현)는 오는 10월2∼8일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서울올림픽공원 제1체육관에서 열리는 「'91서울도서전」에 참가해 「세계 어린이 공책전시회」를 갖는다.
이번 특별전에는 미국·프랑스·일본·홍콩·탄자니아·베트남등 전세계 45개국의 어린이용 새공책 4백여종과 이미 사용한 공책·스케치북등 모두 5백여종이 전시된다.
이 전시회를 주최하는 아시아문화교류소 강우현소장은 『세계 어린이들의 공책을 한자리에 모아 상호 비교해 본후 우리의 바람직한 공잭을 만들어 보급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코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공책들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프랑스 어린이들이 사용한 공책들. 컴퓨터전산용지 이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쓴 것을 뻣뻣하고 누런 크라프트종이에 붙여 공책이나 스케치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종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나눠준 것으로 여러장이 모이면 선생님이 직접 예쁜색실로 묶어 줘 자원절약과 검소한 생활습관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강소장은 말한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는 모두 재생종이로 공책을 만들고 있으며 한자를 쓰는 중국도 공책칸의 크기가 우리것의 3분의2정도로 작게 만들어 종이를 아끼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케치북 등은 종이 사이사이에 얇은 습자지를 끼워 양면에 모두 그림을 그릴수 있게 만들어져 있는등 우리보다 자원이 훨씬 풍부한 나라들도 매우 검소한 공책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교해 볼때 우리나라의 공책은 지나치게 고급스럽고 낭비적인 것도 많아 어릴때부터 호화사치 풍조를 심어주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공책은 내지가 거의 대부분 l백% 수입펄프로 만들어졌으며 재생종이를 사용한 것은 하나도 없다. 또 곁표지를 무광택코팅한 것도 보통 공책가격 2백원의 두배인 4백원에 팔리고 있는데, 이런 제품은 전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밖에 없는 사치품이다.
이밖에도 쓸데없이 영어표기를 사용하거나 표지그림을 외국것, 특히 일본것을 약간 변형시켜 사용하는등 「국적없는 공책」도 시정돼야할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에서는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공책들이 선보이게 된다. 이공책들은 모두 재생종이로 만들어져 있으며, 표지그림은 엄마·아빠들이 그린 그림으로 구성돼 있다.
또 한글 글자들만으로 디자인된 표지그림도 있는데, 이 공책들은 모두 호화스러움을 피해 단색으로 돼있다. 가격은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공책가격(2백∼4백원)보다 훨씬 싼 1백50원.
아시아문화교류소가 개발한 이 공책들은 이번 전시회에서 현장판매한다. 또 이를 모교의 고향후배에게 보내주는 「모교어린이에게 공책보내기 운동」도 전개한다. 주최측은 이 운동이 어린이들에게 자원절약·환경보전의식등을 심어줄 수 있으며 고급학용품 사용경쟁도 방지할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교에 공책보내기 희망자는 구좌당 1만5천원을 내면 주최측이 재생종이로 만든 공책 1백권을 희망자가 원하는 학교에 보내준다.

<여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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