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하무인 감사반 횡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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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9일오후2시30분쯤 부산 동래구청위생과사무실에서는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밖에 볼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내무부소속 추석특별 암행감사반 6명이 근무중이던 직원 10여명을 부동자세로 새워두고 책상서랍·호주머니, 심지어 걸상방석 밑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마치 어느 큰 범죄사건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듯이.
이른바 「봉투」를 찾아내기 위한 수색작업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허탕.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거의 비슷한 시간인 오후1시50분쯤 사하구청에서도 「뇌물성 선물」색출작업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다른 감사반원들이 이번에는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구청장을 포함, 간부들의 승용차 트렁크등을 뒤지며 뭔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도 기대했던 「노휙물」은 얻어내지 못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아무리 부조리단속 명분도 좋지만 호주머니까지 뒤지다니 너무 분해서 살수가 있어야지요.』
『민원인들이 보는 앞에서 공무원들을 도둑놈 취급하듯 그럴수가 있습니까. 어디 얼굴을 들고 살수가 있겠어요.』
몸수색을 당한뒤 분해하는 동래구청 직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
그래도 공무원은 서슬퍼런 단속반들앞에서 순순한 편이었다. 비록 마음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더라도.
오후3시20분쯤 부산시본청에서는 단속반원 2명이 몇몇 부인들 틈에 끼여 어쩔줄 몰라하며 당황해 하고 있었다.
『추석에 평소 자주 얼굴을 맞대던 여직원들에게 스타킹 몇켤레 선물하는게 무슨 잘못이에요.』『부조리단속을 하려면 똑바로 해요.』
각 실·국근무 여직원들에게 스타킹 몇켤레씩을 갖다주려다 단속반원에게 적발당한 주부클럽 부산 모지구회원들의 가시돋친 항변속에 이들은 닫힌 말문을 열지 못했다.
『암행감찰반이라면 이름 그대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사활동을 벌여야만 되는게 아녜요. 이렇게 떠들썩하게 해서야 되겠어요.』 또다른 한 회원은 뼈있는 되물음을 한다.
결국 중앙정부에서 파견됐다는 감찰반원들이 얻은 것은 「요란한 원성」뿐이었다.
『빈 깡통이 더욱 요란하다더니 옛 속담치고 틀린말 하나도 없군.』
동래구청에서 이들의 「거사」를 지켜보던 한 시민이 돌아서며 내뱉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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