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감독 김성근 강팀에 안맞는 조련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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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삼성라이온즈의 김성근(금성근) 감독이 프로지도자생활 10년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OB베어스의 수석코치→감독→태평양감독등을 역임해오면서 야구에 대한 투철한 성실성, 승부처에서의 과감한 결단등으로 명조련사 대열에 올랐던 김감독이 「강팀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라는 야구계의 평가를 받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평가는 지난 89년 만년 골찌팀이던 태평양돌핀스를 4강까지 끌어올린 김감독의 능력을 지켜본 팬들로서는 다소 가혹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삼성팀을 맡아 4강에 겨우 턱걸이하는 성적을 올리게된 김금감독에게도 책임은 있다는 견해다.
특히 그는 삼성라이온즈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친후 우승을 위해 전격적으로 영입한 감독이기에 더욱 그렇다.
올시즌초반 김감독은 삼성의 투수력이 약하고 전력이 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그리 강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었다.
따라서 김감독은 올 페넌트레이스의 성적(3위)에 대해서도 만족할지 모른다.
에이스 김상엽(금상엽)이 부진했고 이종두(이종두)·강기웅(강기웅) 등 주전선수들의 부상때문에 전력에 차질을 빚게된 것은 주지외 사실이다.
그러나 야구계의 평가는 좀 다르다.
그같은 팀내의 사정을 고려하고도 김감독에대한 눈초리는 곱지 않은 것이다.
우선 김감독은 수준이하(?)의 선수들을 닥달해 일정수준까지 올리는 용ud술은 뛰어나나 수준급 선수들의 장·단점을 조합해서 우승으로 이끄는 능력은 부족하지 않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김감독이 맡았던 팀의 선수들이 삼성선수들보다 기량이나 야구센스가 크게 뒤떨어졌기때문에 김감독의 훈련 및 작전이 주효했다는 혹평을 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즉 투수는 하루에 3백개이상의 공을 던져야한다는등 특유의 스파르타훈련으로 미숙한 선수들의 기량을 한단계 높여 좋은 성적을 내왔다는 것이다.
다분히 일본식인 이같은 김성근식 야구는 삼성선수들과 만나면서 벽에 부닥치게된 것으로 풀이되고있다.
김감독 자신도 지적했듯이 하나를 가르치면 둘·셋을 스스로 깨우친다는 삼성선수들에게 맹목적인 훈련제일주의는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따라 부상선수가 속출했고 투수진의 와해가 두드러졌다.
물론 선수들의 부상은 경기중에 입은 것이지만 지난 동계훈련에서의 훈련방법등에도 원인이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김감독은 자신의 명성을 잃고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김감독은 구단측에서 마련한 LA다저스팀과의 올겨울 합동훈련 일정을 반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평소 일본식야구의 신봉자인 김감독으로서는 체격등 신체조건이 다른 미국프로팀과의 합동훈련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되나 일본도 미국야구를 배우기위해 막대한 경비를 쓰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다소 답답한 옹고집 같기만 하다.
더욱이 다저스팀은 일본이나 한국팀과의 합동훈련을 꺼리는터라 구단측이 1년전부터 로비를 벌여 간신히 성사시킨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프로야구는 최근들어 감독이 이끌어가는 야구에서 감독이 선수들을 조합하는 스타일로 바뀌고 있다.
롯데 강병철(강병철) 감독이나 쌍방울 김인식(김인식) 감독, 심지어 해태 김응용(김응용)·빙그레 김영덕(김영덕) 감독조차 대세에 알맞게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최고의 승부사로 불리는 김성근감독도 자신의 야구스타일을 한번쯤 되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 <권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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