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원자바오 등 중국 지도부 설 연휴 맞아 '민생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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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춘절 전날인 17일(현지시간) 간쑤성 딩시의 농가를 찾아 감자 바구니를 든 농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딩시 AP=연합뉴스]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이 춘절(春節:한국의 설) 연휴 기간에 농민과 근로자들을 찾아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인민일보 등이 20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설 연휴 동안 서부와 동북 지방의 민생 현장을 각각 찾았다.

후 주석은 16~19일 서부 내륙인 간쑤(甘肅)성 일대를 시찰했다. 12일까지 열흘 동안 아프리카 8개국 순방을 마친 직후였다. 간쑤성에서 후 주석은 딩시(定西)시의 감자 재배 농가를 방문했다. 그는 농민들과 덕담을 나누며 지난해 작황과 소득 수준, 정부 정책에 대한 농민들의 의견 등을 자세히 물었다. 현장에서 후 주석은 "여러분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정책은 바로 고치겠다"며 "당과 정부가 열심히 노력해 여러분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어 황허(黃河) 급수 시설을 찾아 당직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설날 아침에는 란저우(蘭州)시 샤오시후(小西湖) 공원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들과 함께 '날아오르는 용' 그림을 그리면서 인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다.

간쑤성은 후 주석이 칭화(淸華)대 수리공정학부를 졸업한 뒤 문화대혁명 기간에 내려와 직접 노동을 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은 곳이다. 그는 이후 이곳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제1서기에 올랐다.

원자바오 총리도 16일부터 랴오닝(遼寧)성의 산골 마을과 의료시설을 두루 방문했다. 그는 푸순(撫順)시 펑가이신취(棚改新區)의 한 주민 집을 방문했다. 여기서 원 총리는 "형편이 어려운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수준까지 민생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유기업에서 은퇴한 근로자 집을 찾아 함께 물만두를 먹으며 "은퇴자의 주택과 재취업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튿날 원 총리는 눈발을 헤치고 칭위안(淸原) 만주족 자치현의 산골 마을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올해부터 농촌 학생들에게 9년의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농민들의 의료혜택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인들은 섣달 그믐날 저녁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녠예판(年夜飯)을 먹는 전통이 있다. 그러나 원 총리는 이날 선양(瀋陽)의 둥베이(東北)대를 불쑥 찾았다. 고향에 가지 못한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학생들과 식사를 함께하면서 "평생 실천할 목표를 정하고 조국을 위해 분투해 달라"고 당부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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