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고위외교관 귀순/콩고주재 고영환씨/“2∼3년내 핵무기 생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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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동구사태 보고 사회주의 염증
콩고주재 북한대사관 1등서기관(참사대우)으로 근무하다 5월초 귀순한 고영환씨(38)가 13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일성·김정일은 80년대말 군사력면에서까지 남한에 추월당할 위기를 느끼고 체제보위의 마지막 수단으로 핵개발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지시에 따라 영변에 핵처리시설을 설치하고 박천에 지하핵공장을 만들어 핵무기 제조를 서둘렀으며 최소한 2∼3년내 핵무기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일문일답 3면>
고씨는 귀순동기에 대해 『3월초 대사관에서 TV를 보던중 알바니아사태 뉴스를 보고 사회주의 미래에 대한 회의를 얘기한게 대사관에 파견돼 있던 국가안전보위부 지도원에게 알려져 반체제인사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북한 사회에 염증을 느껴 귀순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일성의 김정일에 대한 권력승계 가능성에 대해 고씨는 『현재로선 두 부자간의 권력체제가 탄탄해 92년 10월께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7차 당대회에서 김정일이 당비서직이나 당총서기직중 하나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으나 김정일의 성격이 워낙 까다롭고 포악하며 체제내 비판세력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또 다른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씨는 또 북한 체제의 변화가능성 및 남북대화에 대해서는 『김일성 체제에 큰 변화가 없는한 현 폐쇄주의가 지속될 전망이며 3차 7개년 경제개발 계획이 끝나는 93년께면 권력승계와 함께 남한과의 대화에 좀더 성실하게 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안기부는 고씨가 5월초 귀순했으나 북한에 있는 가족 등의 신변안전을 위해 귀순사실을 밝히지 말도록 요청해 지금까지 고씨의 귀순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77년 평양 외국어대 3학부 불어과를 졸업하고 79년 북한 외교부 동아프리카 담당 보조지도원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주자이르대사관 3등서기관·외교부 아프리카 담당국 지도원 과장·주자이르대사관 1등서기관을 지냈으며 지난해 12월부터 주콩고대사관 1등서기관으로 일해왔다.
고씨는 능통한 불어 등 탁월한 어학실력으로 외교부내에서도 실력있는 엘리트로 알려졌으며 외교부장 김영남의 측근으로 김일성·김정일 등 북한 수뇌들과도 상당한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씨는 『김정일은 지난해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에 전문을 보내 소련 군부내 반고르바초프 및 반개혁세력의 쿠데타 가능성을 타진해 측면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을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폭로하고 『이제 북한은 소련으로부터 거의 모든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 돼 중국과의 유대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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