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레슨」우려 불식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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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서울대음대 교수들의 중·고생 레슨금지 결의(10일)는 사실상 「폭탄선언」은 아니다. 중·고생에 대한 교수들의 개인교습은 원래 금지돼 왔는데도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서울대 교수들의 이번 결의내용에서 새로운 점이라면 이제껏 허용돼온 서울예고·선화예고·계원예고등 예능계 중·고교출장도 삼가겠다는 부분이다.
사실상 음대입시부정 문제가 떠오를 때마다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는 대학교수들의 예능계 중·고교 출강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조기음악교육」이라는 명분이 교수들의 예능계 중·고교 출강을 허용하는 방패막이가 되어왔지만 굳이 교수가 아니더라도 음악영재들에게 실기지도를 잘할 수 있는 젊고 유능한 음악인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해외 유명 음악교육기관에서 일찍부터 음악전문교육을 받고 돌아온 30대 연주자들 가운데 음대에 시간강사로도 발붙이지 못한 경우가 수없이 많다는 것이다. 대학교수에게는 「얼굴 익히기」삼아 말뿐인 레슨을 받고 이와 별도로 실력있는 젊은 음악인들에게 「진짜 실기지도」를 받는 음대지망생들이 흔하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울대음대 교수들로부터 『앞으로 출강하지 않겠다』고 통보받은 예능계 중·고교측은 몹시 곤혹스러워하면서도 『그간 출강명단에 올라있던 대학교수들 중에는 제자에게 대신 실기지도를 시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서울대음대교수들에게 레슨받던 학생들은 이런 식으로 실기교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위안삼고 있다.
서울대음대 교수들의 이번 결의가 그밖의 음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는 아직 미지수나 예능계 중·고교 출강을 삼가는 음대가 늘 수도 있으리라고 전망하면서 『새로운 실기지도강사 채용기준과 방법을 곧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음대 교수들의 이번 결정이 전원의 자발적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고 상당한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과연 얼마나 잘 지켜질 것인지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제자들을 앞세운 간접레슨이 더욱 성행할 수도 있으리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따라서 어차피 이런 결단을 내린한 교수들은 재학생 지도와 연구, 개인 기량 연마에 전념하는 풍토가 정착될 수 있도록 「칼을 뺀」 서울대음대 교수들이 언행일치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 음악계의 중론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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