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IT 격차 1.7년 … MP3는 이미 추월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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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휴대전화 단말기용 특수회로기판을 중국 둥관(東莞)의 한 전자업체에서 수입하기로 했다. 이 기판 제작기술은 3년 전만 해도 국내 몇몇 중소기업의 독보적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의 기술 수준은 거의 한국과 비슷하다. 삼성 관계자는 "중국산의 품질과 가격이 만족스럽다"며 "모토로라 등도 이미 중국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 상품' 격인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정보통신부가 지난해 IT 핵심 기술 506개 분야의 한.중 기술 격차를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평균 2.6년이었던 기술 격차는 지난해 1.7년으로 줄었다. '중국의 추월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KOTRA가 중국에 진출한 465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이 동등하거나 오히려 중국이 앞섰다'는 응답이 29%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의 MP3플레이어 산업 경쟁력은 이미 한국을 앞섰고, 2010년에는 이동통신장비.디지털TV.철강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IT업계의 자신감도 만만찮다. 베이징(北京)에 있는 중국의 디지털기기 토종브랜드 아이고(Aigo.愛國者)는 창업 15년 만에 중국 이동저장장치(USB)와 MP3 시장 1위에 올랐다. 처음부터 독자브랜드를 고집해 지난해 중국 100대 브랜드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500만 화소짜리 디지털카메라를 799위안(약 10만원)에 내놓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 회사 CTO인 청강(程鋼) 기술총감은 "중국시장에서 우리의 경쟁자는 중국 브랜드"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경쟁자이며 우리의 도전 목표다. 노력해서 (삼성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많은 기회를 만들어 새로운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자동차산업 약진도 눈부시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대수가 몇 년째 세계 5~6위를 맴도는 동안 중국은 2001년 8위에서 지난해 세계 3위에 올랐다. 중국 토종기업들은 소형승용차를 중심으로 중국 승용차시장의 4분의 1(25.67%)을 차지했다. 상용차업체의 98.6%는 토종기업이다. 승용차 자체 엔진도 개발했다. 2005년 치루이(奇瑞)를 선두로 지난해에는 4개 토종 자동차업체가 독자 엔진을 내놓았다. 치루이는 이탈리아 피아트사에 매년 엔진 10만 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중국의 기술에 대한 자신감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중국은 내로라하는 세계적 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해 기술을 빨아들이고 있다. 현재 GE.인텔 등 80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 R&D센터를 만들었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기업들에 R&D 센터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에 제2공장을 세울 때는 중국 정부가 R&D 센터 신축을 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중국에서 제품을 팔려면 기술을 넘기라'는 요구다. 이른바 '시장을 주되 기술을 얻는다'는 정책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의 요구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R&D센터를 세우는 것은 아니다. 'R&D 적격지'가 중국이라고 꼽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상하이에 R&D센터를 세운 미국 반도체 회사 AMD가 대표적이다. 상하이 연구소의 개리 애시모어 총감은 "중국에 컴퓨터 제조 업체들이 많아 중국 시장의 요구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MD는 현재 75명인 연구 인력을 올해 말까지 6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새로운 성장산업 발굴도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PC산업 등 IT산업의 요람으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렸던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은 지금 신성장 산업군 연구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1만8000여 개 기업이 신소재.신에너지.바이오.친환경제품.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이곳 기업의 90%가 토종 연구중심 기업들이다.

특별취재팀 = 양선희(팀장).이현상.권혁주.김창우(이상 경제부문)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biznew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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