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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기획 한국인 우리는 ③] 40~50대 남자는 최불암·안성기만 좋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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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한국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해 제일기획 ACR는 독보적이다. 유진형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001년부터 매년 이 조사를 진행해 왔다. 그에게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대해 들었다.


“2006년 조사의 특징은 한마디로 ‘정답이 없어진 사회’로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답 자체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에 여러 개의 답이 가능한 사회라는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사회는 각기 다른 모양과 색의 조각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는 ‘모자이크’라고 할 수 있겠죠.”

2006 전국소비자조사(ACR)를 진행한 유진형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한국사회의 특징을 이처럼 설명한다. 유진형 책임연구원은 2003년부터 ACR를 진행해 왔다. 그에게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대해 들었다.

― 2006년 한국인의 트렌드 혹은 특징은 무엇입니까?
“이번 조사 보고서의 제목이 ‘2006 성장하는 대한민국 모자이크(Mosaic) 소비자’입니다. 서로 다른 빛깔을 지닌 각 세대가 ‘대한민국’이라는 그림을 완성해 가며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죠. 그런데 지난해 경기가 어려웠던 탓인지, 사람들이 ‘성장하는’이라는 말에 많은 의문을 갖는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성장이라는 말에 어떤 다른 의미가 담긴 것인가요?
“한국인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물질적·정신적으로 풍족해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마인드나 시각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예전에는 어떤 집단이 진보적 성격을 띠는지, 또 어떤 집단이 보수적 성격을 띠는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또 한 가지 현상이나, 질문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양적으로가 아니라 질적으로 우리의 정신세계가 성장하고 있다는 말이죠.”

―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해졌다는 의미로 보면 됩니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저희가 의도했던 것은 다양성(Multi- interest)이라기보다 다원성(Mosaic)입니다. 모자이크라는 것이 한 조각, 한 조각 보면 도저히 그들 조각이 모여 어떤 그림을 만들지 상상할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훌륭한 하나의 그림을 만들잖아요? 우리 사회를 보면 세대별로 같은 질문에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놀랄 정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항목이 있습니다. 또 젊은 세대 중에서도 굉장히 전통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는 반면, 중년층 가운데도 굉장히 현대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도 있죠. 이처럼 다양한 특성의 한국인이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하나의 지향점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죠.”

“하나 아닌 다양한 답 수용하는 사회로 성장 중”

― 2005년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같고 다릅니까?
“ACR는 전국의 3,500명이라는 거대한 수를 대상으로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년 조사에서 큰 변동폭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가치관이나 생활 패턴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오히려 큰 변동이 있다면 조사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죠.”(웃음)

― 그 외에 주목할 만한 점은 없습니까?
“우리 사회가 점차 정답 하나 만이 아니라 다양한 답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 소수자의 의견이 주목받을 수 있는 사회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지난해에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던 것 같습니다.”

― 흥미를 자극하는 결과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한국 남성은 30대까지는 밖으로 돌다 30대 후반부터 가족 내부로 관심이 향하기 시작해 40대부터는 가족에 ‘올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여자는 30대 후반 무렵부터 관심이 가정 밖으로 향하기 시작해요. 이 같은 현상은 선호 연예인 순위에서도 관찰됩니다. 30대 후반부터 40대, 50대 남성의 선호 연예인은 언제나 최불암·안성기입니다. 그런데 행간을 읽어보면 이들이 정말 최불암과 안성기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는 연예인이 그들뿐인 것입니다. 반면 30대부터 50대 여성은 다양한 연예인이 올라옵니다. 그만큼 많은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이죠.”

― 제일기획 ACR는 어떤 조사이고, 언제부터 실시됐나요?
“제일기획 ACR는 13~59세의 소비자를 이해하고 향후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매년 국내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알아보는 조사입니다. 보통 조사 기간만 한 달가량 걸리고 비용도 연간 3억 원가량 소요됩니다. 제일기획이 ACR를 시작한 것은 1986년부터입니다.”

― 1986년부터 시작했으면 무려 20년인데, 그동안 쌓인 의미 있는 자료가 방대할 것 같습니다.
“ACR는 동일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상품 구매 행태, 매체 접촉 실태를 총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조사한 귀중한 자료입니다. 특정 제품 구매자들에 대한 제품 구매 이유와 라이프 스타일, 매체 접촉 행동 등을 연동해 분석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죠. 초기 자료는 도스 형태로 되어 있어 윈도에서 불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1996년 자료부터는 윈도에서 언제든지 불러낼 수 있게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기업들이 소비자의 마음과 행동을 파악하거나 소비자 트렌드의 과학적 분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에 사는 20대와 부산에 사는 20대의 가치관이 연도별로 어떻게 변해 왔는지, 또는 평면TV를 사더라도 A사의 TV를 사는 소비자와 B사의 TV를 사는 소비자의 가치관이나 광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 분석하는 식이죠.”

― 조사는 얼마나 정확한가요?
“조사 대상자에게 나눠 주는 질문지를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것입니다.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입니다. 예를 들어 매체 접촉 형태 조사를 위해 조사 대상자들에게 잡지의 4개월치 표지를 스캔한 자료를 줍니다. 여기에 표지를 본 적이 있는 잡지인지, 본 적이 있다면 기사까지 읽었는지 등을 묻죠. TV 프로그램 조사를 위해서는 1주일치 편성표를 주고 시청한 적이 있는 프로그램에 표시하도록 합니다.”

― 조사 방법에서 2006 ACR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사진 에세이 조사입니다. 소비자의 내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조사 대상자에게 카메라를 주고 특정 항목에 대해 응답자 자신이 직접 사진을 찍고, 이에 대한 자신의 감정까지 주관식으로 응답하는 사진 에세이 조사를 했습니다. BMW를 타고 다니는 사람과 벤츠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좋아하는 장소의 이미지는 분명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 사람들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기 전까지는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죠. 그래서 그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좋아하는 장소를 찍고, 그 느낌을 쓰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조사한 결과를 활용하면 브랜드의 개념 및 이미지를 타깃별 테마 상황에 맞게 뽑아낼 수 있죠. 이 조사는 조사자 입장에서도 참 재미있었습니다.”

오효림_월간중앙 기자(hy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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