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김이공씨의 '시맨틱 웹 2.0 하루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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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데커 교수

사회 초년생 김이공(28.남) 씨의 '시맨틱 웹 2.0 하루 엿보기'

AM 11:00 바쁘게 출근하느라 오전 회의 때 제출해야 할 회의 자료를 집에 있는 개인 PC에 저장해 두고 그냥 나왔다. 집은 지하철로 30분 거리에 있지만 김씨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 원격 접속을 켰다. 웹으로 집에 있는 PC에 접속해 개인용 위키(Wiki, 여러 명이 동시에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는 단일 웹페이지)에 저장된 기획서를 어렵지 않게 끌어왔다. 김씨는 회의 자료를 공용 위키에 업로드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이 위키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김씨가 만든 회의자료를 검토할 수 있다.

PM 3:00 다른 부서와 함께 진행했던 프로젝트 리포트를 다시 점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위키에 접속해 '프로젝트'라는 태그(tag.꼬리표)를 클릭하자 이전에 작성했던 문서와 작성자들이 나타난다. 관련 문서를 붙여 넣겠냐는 메시지에 '예'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작성된 문서의 변경 사항이 한꺼번에 열린다. 김씨가 리포트를 수정하고 저장하자 이전 문서 작성자들에게 '리포트가 수정됐다'는 메시지가 전송된다.

PM 8:00 퇴근 후 지난 주말에 동창들과 찍은 사진을 정리하기 위해 PC 앞에 앉았다. 사진 관리 프로그램을 열고 사진 속에 등장한 친구들의 이름을 태그로 달기 시작했다. 태그 등록 방법은 간단하다. 친구의 이름을 클릭해서 옮기기만 하면 된다. 태그에 등록된 친구들은 이메일로 사진 파일을 받는 번거로움 없이 자신의 사진을 공유할 수 있다.

작년에 작성했던 문서를 찾기 위해 PC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폴더를 뒤져본 사람이라면, 모임때 찍은 사진을 주고 받기 위해 긴 시간 메신저로 파일을 전송해본 사람이라면 김이공 씨의 하루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시맨틱 웹 2.0이 생활화될 5년 후면 김이공 씨의 하루가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최근 시맨틱 웹 2.0 컨퍼런스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아일랜드 DERI(Digital Enterprise Research Institute)의 스테판 데커 교수(Stefan Decker)는 "시맨틱 웹 2.0은 현재 웹을 확장해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상호 연결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시맨틱 웹 2.0이 개인의 PC가 다른 PC와 연결되는 P2P 환경을 넘어 웹과 통합되고 사람 사이의 의미적 연결까지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시맨틱 웹 2.0은 '시맨틱 웹'과 '웹 2.0'이 하나로 만난 개념이다. 시맨틱 웹은 데이터를 기계가 처리할 수 있는 형식으로 표현해 효율적 검색을 지원하는 공학적 접근 방식이다. '웹 2.0'은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추가된 태그 또는 메타데이터를 처리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사회문화적 부분을 뜻한다. 이 둘이 합쳐진 시맨틱 웹 2.0은 사람들의 참여와 공유를 통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궁극적으로 여러 사람이 읽고 쓸(Read-Write) 수 있는 사회의미적 협력 공간을 추구한다. 시맨틱 웹 2.0은 이미 여러 분야에 걸쳐 사용되고 있다. 전자정부와 e-헬스, e-러닝 분야는 물론 야후 등의 기업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도입 이후 5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같은 기간 동안 HTML 문서가 발전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시맨틱 웹 2.0 컨퍼런스를 주관한 서울대 생명지식공학연구실(BiKE.Biomedical Knowledge Engineering Lab)의 김홍기 교수는 "시맨틱 웹 2.0은 대중의 참여에 의해 기술의 진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그 기술을 유포하는 것도 대중이 소외되어서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스테판 데커 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있는 김학래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웹은 데이터와 서비스와 같은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해 구현된 환경을 말할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시맨틱 웹 2.0은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최소의 의미와 구조를 지향한다"고 전했다.

☞DERI(Digital Enterprise Research Institute)는 2003년 설립 이후 현재 85명이 시맨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DERI의 연구는 웹에서 시작해 애플리케이션 확장 단계로 e-러닝, 전자정부 등에서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대한 연구는 성과가 나오는 대로 아일랜드에서 별도의 회사로 분사해 나갈 예정이다.

☞스테판 데커(Stefan Decker)는 아일랜드국립대학의 전임 교수이며, 약 80여명의 연구원이 시맨틱웹 기술을 연구하는 DERI(Digital Enterprise Research Institute) 연구소의 책임자다. 시맨틱웹, 메타데이터, 온톨로지, 반구조 데이터(semi-structured data), 웹서비스, 전자도서관용 애플리케이션, 지식관리(KM), 정보 통합, P2P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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