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검색 왜 한국에선 맥 못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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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네이버 홍보기술팀의 이경률 대리는 구글이 그동안 한국에서 쉽게 자리 잡지 못한 이유가 한글 웹페이지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재 온라인 상에 존재하는 한글 웹페이지가 영어에 비해 10분의 1도 안되기 때문에, 아무리 구글의 검색기술이 훌륭하다 해도 도움되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때문에 한국에서는 검색포털이 직접 정보를 생산 .제공하는 역할까지 담당해야 한다. 그래서 네이버는 지식In이라는 문답식 검색서비스도 만들고 동영상, 블로그, 백과사전 등 자체 콘텐트를 보여준다. 이 통합검색 방식은 "클릭 한번에 답이 바로 나오길 원하는 한국인의 성향과도 잘 맞는다"고 네이버 홍보팀 조은영 과장은 말했다.

구글에서 쓸 만한 한글 자료가 잡히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자사 콘텐트가 구글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네이버나 다음이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들은 웹검색으로 외부 자료를 제공하면서 자사의 자료는 꼭꼭 가둬두는 모순 때문에 네이버와 다음은 불공정하다는 시비에 시달려 왔다. 전종홍 ETRI 선임연구원은 법적 문제는 없지만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유로운 경쟁을 막는" 국내 포털들의 방식은 도덕적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털이 자사 콘텐트 사용 권리를 주장해도 되는지 역시 의문이다. 지식인이나 블로그의 실제 내용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포털이 아니라 개별 이용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포털의 이런 폐쇄성은 구글의 열린 구조와 대비를 이룬다. 구글은 초창기부터 고수해 온 단순한 검색창 화면으로 시작해 오직 검색기술로만 승부한다. 웹이라는 우주를 떠다니는 약 80억 개의 웹페이지를 검색해 인기 순으로 보여준다. 사용자들이 1초라도 빨리 필요한 정보를 찾아 다시 드넓은 우주로 떠나게 하는 게 구글의 목표다. 반면 네이버나 다음 같은 국내 포털은 종합선물 세트다. 검색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보기 좋게 편집해 첫 화면 가득 보여준다. 이용자들은 검색하러 왔다가 뉴스도 보고 이런저런 블로그에도 놀러가고 메일도 체크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포털 내에 머무른다. 전종홍 연구원은 "포털은 원래 관문이라는 뜻인데 국내의 경우는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도덕적 논란과 상관없이 맞춤형 검색에 높은 충성도를 보여줬고 이는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이어졌다. 웹2.0 전문가 김태우씨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국내 포털의 성격은 오랜 시간에 걸쳐 우리나라 상황에 최적화된 형태이므로 당분간 현재의 윤곽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웹은 넓고 웹페이지의 수는 무섭게 늘어난다. 사람들이 언제까지 네이버에만 물어볼까?

류지원 jee1r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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