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2월의 선수' 뽑힌 2년차 강동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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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플레이오프에 간 다음에 사고 한번 쳐야죠."

프로배구 대한항공 점보스의 레프트 공격수 강동진(24.사진). 플레이오프를 넘어 우승까지 노리겠다는 집념이 심상치 않다.

그는 남자 프로팀 중 최하위권을 맴돌았던 대한항공이 올 시즌 고공비행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강동진은 한국배구연맹(KOVO)이 16일 발표한 '2월의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전체 32표 중 13표를 얻어 1위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베테랑 세터 최태웅(5표)을 큰 표 차로 제쳤다. 14일 한전 경기에서 후위공격 3개, 서브에이스 4개, 블로킹 3개로 국내선수 중 시즌 첫 '트리플 크라운(각각 3개 이상)'을 달성한 데 이은 겹경사다.

트리플 크라운은 최고 공격수의 상징이지만 강동진이 진짜 빛나는 대목은 수비다. 그는 남자선수 중 가장 많은 서브리시브를 한다. 4라운드까지 599개를 받아 2위(500개) 송인석(현대캐피탈)과도 차이가 많이 난다. 성공률도 66.94%로 높아 삼성화재 리베로 여오현(71.78%)에 이은 2위다.

강동진은 한양대 4학년이던 200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했고, 2005~2006시즌 신인상을 받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혔지만 연습 도중 손가락 사이가 찢어졌다. 그는 대표팀을 떠났고, 남자배구는 금메달을 땄다. '병역혜택'이라는 큰 선물이 사라진 것이다. 그는 '내 운이 거기까지 뿐이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그런데 주변에서 "강동진이 빠진 덕분에 신진식(삼성화재)이 들어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기가 생겼다. 그는 "진식이 형보다 잘해야 그런 소리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레프트 공격수로 키가 크지 않은(1m92㎝) 그는 작은 키로도 좋은 수비와 빠른 공격을 자랑하는 신진식과 석진욱(삼성화재)을 역할 모델로 훈련해 왔다. 이젠 마음먹었던 대로 그들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강동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는 후인정(현대캐피탈)이다. 후인정은 포지션상 블로킹 때 강동진과 맞선다. 강동진은 "인정이 형은 혼자 뜨는데도 두 사람이 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목표인 '사고'를 치기 위해서는 플레이오프든 챔피언결정전이든 현대캐피탈을 넘어야 한다. 그 방법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프로는 말이죠, 노력하면 됩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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