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타임캡슐에 '꿈' 담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2000년 1월 1일생 즈믄둥이 다섯이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 모여 윷놀이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백민우·곽민찬·손지민·서동훈·서동재. 사진=박종근 기자 [협찬=영등포 선경주단]

설 연휴를 앞둔 16일 오후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선 특별한 모임이 있었다. '즈믄둥이의 재회'였다. 2000년 1월 1일 같은 날 태어난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한옥마을에는 생기가 넘쳤다. 이들은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당돌하게 자신들의 꿈을 말했다. 중앙일보는 이 꿈과 희망을 디지털 타임캡슐에 담아 보관하기로 했다.

<관계기사 3면>

◆디지털로 보관되는 즈믄둥이=본지는 2001년 돌을 맞은 즈믄둥이 5명을 처음으로 보도했다. 다섯살로 성장한 2005년에도 소개했다.

그후 2년 사이 이들은 쑥쑥 자랐다. 인터넷에 친숙하면서도 옷이 땀에 젖을 정도로 뛰어노는 개구쟁이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110㎝였던 평균 키는 그동안 122.8㎝로 훌쩍 컸다(7세 남아와 여아의 평균 키는 각각 121.9cm와 120.4cm). 평균 몸무게는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25㎏이다.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와 비교하면 7배가량 늘었다.

초등학생이 된 4명은 미술.음악.태권도 학원 등에 다니며 장래의 꿈을 준비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게임을 즐길 줄도 안다. 장래의 꿈을 키울 만큼 제법 어엿해졌다. 여느 아이들처럼 즈믄둥이들도 엄마의 잔소리나 파.양파 같은 채소를 싫어한다. 하지만 가족 얼굴이 들어간 도자기, 아빠가 준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본지는 즈믄둥이 5명의 현재 모습과 꿈을 디지털 타임캡슐에 담아 '봉인(封印)'키로 했다. 이들의 오늘과 내일을 비교함으로써 그 속에 나타나는 우리 사회의 변화상을 되짚어보기 위해서다. 타임캡슐은 즈믄둥이가 성년이 되는 2020년 1월 1일 공개된다.

디지털 캡슐은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 장래 희망, 가장 아끼는 물건과 사연, 존경하는 사람 등에 대해 직접 말하는 장면을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이다. 보관은 중앙일보 인터넷 뉴스포털인 조인스에서 맡는다. 조인스 측은 "안전장치를 가동해 보관하는 만큼 중간에 손상되거나 분실될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왜 즈믄둥이인가=즈믄둥이는 외환위기 이후 침체된 한국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내리막길을 걷던 출산율이 즈믄둥이 붐으로 8년 만에 반짝 오름세를 보였다. 5만 명 이하로 감소하던 월평균 신생아 수가 2000년 1월에는 6만 명을 웃돌았다. 그해 모두 63만6780명이 태어났다. 당시 '밀레니엄 베이비(새천년 아기)'를 보려고 출산 시기를 미루거나 결혼을 앞당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만큼 즈믄둥이는 부모들의 애정과 사회적 관심을 받은 존재였다.

캡슐의 관리를 맡은 이탁희 팀장은 "디지털 타임캡슐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역사를 기록하는 새로운 수단"이라며 "13년 뒤 캡슐이 개봉되면 2007년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철재·천인성·권근영 기자,동영상 촬영·편집=이병구·허진 기자<seajay@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디지털 타임캡슐=보통 타임캡슐은 실물을 땅에 묻는다. 그러나 남기고 싶은 소중한 것을 촬영 또는 녹음한 뒤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컴퓨터에 보관하는 것이 디지털 타임캡슐이다. 즈믄둥이 다섯 명의 동영상은 조인스(www.joins.com/zmoon)에 보관된다. 즈믄둥이가 세배를 하는 동영상과 '즈믄둥이 파이팅'이란 격려 게시판은 볼 수 있다.

◆즈믄둥이=천(千)을 뜻하는 우리말 '즈믄'과 아이를 의미하는 '둥이'의 합성어. 2000년 1월 1일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를 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