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자 전화번화 확인서비스 장치 사생활 침해·고발정신 위축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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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통신이 92년10월부터 실시키로한 발신자전화번호 확인서비스는 장난·협박·음란전화등 전화폭력근절 효과가 크지만 사생활·개인정보보호에 위반된 서비스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비리와 사회 부조리·범죄등을 제보하는 시민고발정신을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따라 시행전 빠른 시일내 공청회등을 통해 학계 또는 관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전화폭력만 근절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날로 늘어나는 전화폭력을 막기 위한 것으로 통화중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고 싶을때 후크스위치를 짧게 늘러주면 전화국에 설치된 발신자 확인장치가 상대 전화번호와 통화시간을 기억하게돼 있다.
따라서 통화가 끝나고 수신자가 특정번호를 누르면 상대전화번호를 음성으로 통보해주는 장치다.
연세대공대 박한규교수(전자공학)는 『가정의 부녀자를 상대로한 음란전화가 많아 대비책으로 발신자전화번호확인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장치가 사생활·개인정보보호에 위배되는 점도있지만 이보다 가정부녀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전화」에서 지난 6월 서울거주성인여성 7백6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장난·음란전화를 받은 경험자가 9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내용은 음란·욕설의 순으로 많았는데 발생빈도는 「월1∼2회」가 36%로 가장 많았고, 「2∼3일에 한번꼴」도 15%나 됐다.
그러나 이같은 서비스의 시행은 현행 헌법과 공중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배돼 관계법령과 서비스내용과의 문제점을 명확히 정립치 않고는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다.
헌법 18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통신비밀을 침해방지 않는다」로 돼있는데 이 속에는 전화번호 추적도 불법이라는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모 공중전기통신사업법 제101조에 공중전기통신업무종사자가 통신비밀을 침해하거나 누설할 경우 5년이하징역 또는 5백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임주환박사(정보표준센터)는 『이때문에 현재 일본에서는 올하반기부터 이 시스팀을 개선한 피해거절서비스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 서비스는 폭력전화가 걸려왔을때 상대전화번호가 나타나게 돼있는 것이 아니라 후크스위치를 누르고 세자리로 된 특수번호롤 누른뒤 수화기률 놓으면 일정기간 다시는 그 상대로부터의 전화가 수신되지 않게 돼있는 장치다.
또 미국의 경우도 이런 서비스가 사생활침해라는 강한 반대 때문에 뉴저지주등 9개주에서만 발신자전화번호 확인장치인 「콜러-ID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다.
발신자전화번호 확인장치는 한편 각종 비리나 사회부조리등에 대한 시민고발정신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원대 김광옥교수(신문방송학)는 『복잡한 형사사건이나 부조리등에 자신이 끼어들지 않고, 모 상대로부터의 보복을 피해 비리를 고발하고 싶을 경우 이같은 장치는 매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남에게 밝히기 어려운 자신만의 고민에 대한 카운슬링을 원할 경우와 상대전화번호를 추적, 범죄에 사용할 경우등 사생활보호에 대한 대책을 따로 보안해 전화폭력만 막을 수 있는 장치개발이 필요하다』고 김교수는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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