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계관은 미소짓는 자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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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관(사진) 북한 외무성 부상은 '미소짓는 자객(smiling assassin)'이다."

로이터통신이 최근 6자회담의 북한 수석대표인 김 부상에게 이런 별명을 붙여 주었다. 그 뒤 CNN 등 미국의 여러 매체들이 로이터 보도를 인용했으며, 2.13 베이징 합의가 나오자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그를 이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1969년 알제리에서 첫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올해 64세의 김 부상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북한 외교관"이라며 "그는 온화하면서도 유능하다"고 평가했다.

또 "90년대 초부터 북한 핵 외교의 최전선에서 일한 그는 장광설을 늘어놓는 경향의 공산주의자와는 달리 바로 핵심을 얘기한다"며 "그를 만나본 이들은 그에 대해 협상의 기술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이듬해 대북 경수로 지원 협상을 하면서 그와 만났던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는 "김 부상은 북한 핵문제의 모든 곡절을 알고 있는 만큼 상대하기 벅찬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6자회담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에 막혀 공전되자 김 부상은 지난달 16일 베를린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돌파구를 만들었다. 따라서 힐-김계관 채널은 앞으로도 6자회담이 암초에 걸릴 때마다 가동될 전망이다.

네오콘(힘의 외교를 주장하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인 제임스 로빈스 외교정책위원회 선임연구원은 보수파 시사잡지 '내셔널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변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협상이 아닌 김정일 체제의 종식"이라며 "이번 베이징 합의로 '미소짓는 자객'인 김 부상이 웃을 일은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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