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진전" 한·미 FTA 7차 협상 끝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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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본협상이 14일(현지시간) 일부 쟁점을 타결짓지 못한 채 나흘간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미 양국은 전자상거래.원산지 분야 등을 사실상 타결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거뒀으나 자동차.섬유 등 핵심 쟁점에는 여전히 입장이 엇갈렸다. 양측은 이에 따라 다음달 8~12일 서울에서 8차 본협상을 열어 남은 쟁점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미 의회가 행정부에 통상협상 권한을 위임한 무역촉진권(TPA) 시한(4월 2일) 이전에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통상장관급 고위급 회담과 양국 정상의 전화 협상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기한 내 타결도 가능"=김종훈 우리 측 수석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보여줬던 협상 타결 의지와 절충안 모색이 계속된다면 기한 내 타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아직 타결이 임박했다거나 만족스럽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14일 밤(한국시간) 전화 통화를 통해 한.미 FTA 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양측 대표단이 융통성과 적극성을 갖고 기한 내에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남은 쟁점은=이번 협상의 최대 성과는 양측이 꾸준한 가지치기를 통해 상당한 쟁점을 걸러냄으로써 협상 타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이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와 반덤핑 절차 개선, 우리 측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와 신(新)약가 정책의 개선 문제에 대해 양측은 수석대표와 해당 분과장만 참여하는 '2+2' 방식으로 주고받기 협상을 벌여 절충점을 모색했다.

양측은 최대 쟁점 분야인 섬유.무역구제 분야에서도 기존 입장을 일부 양보한 수정안을 주고받았고, 자동차 이외의 공산품 품목별 시장개방 계획(양허안)은 사실상 타결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날 미국이 섬유시장 개방 계획(양허안) 재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우리 측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업 분야도 민감 품목인 쌀.쇠고기에 대한 입장 차이가 커 협상이 제대로 시작되지 못했다.

한 달 반밖에 남지 않은 협상 시한도 압박 요인이다. 협상이 TPA 시한을 넘길 경우 의회 내 심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실제 발효까지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FTA 체결의 경제적 효과는 반감된다.

이에 따라 8차 협상 이후부터 양국은 내놓을 수 있는 양보안을 모두 꺼내놓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에 들어갈 전망이다. 막판에 양측 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으로 '빅딜'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크다. FTA 협상은 전통적으로 한꺼번에 모든 분야를 타결하는 '일괄 타결(single-undertaking)' 방식을 취하고 있다.

워싱턴=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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