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절도 잇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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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재 부다페스트 암달러 거래조직은 터키·레바논·이집트등 중동계가 장악하고 있다. 이중 이집트인들은 카이로에 거대한 호텔을 소유하고있을 정도의 재력을 가지고있다.
이들은 또 위조지폐에도 손대고 있다. 지난해 여름 헝가리 경찰은 l천포린트짜리 헝가리 위조지폐를 엄청나게 많이 소지하고 있던 불가리아인들을 검거한바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증추세의 범죄와 싸우는 경찰력은 허약하기 이를데 없다. 과거 공산치하에서 동유럽 경찰은 범죄수사보다 반체제인사 탄압등 정치적 역할에 치중, 범죄수사기술 및 장비개발에 투자를 등한시했다.
뿐만아니라 과거 국민의 압제자였다는 나쁜 이미지 때문에 민주화된 지금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도 수사활동에 큰 장애가 되고있다.
바르샤바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강도사건중 겨우 6·2%만 범인을 잡는 낮은 검거율을 보였다.
이에 대해 폴란드 경찰당국은 인력부즉·장비부족·자금지원부족의 「3대부족」을 그이유로 든다. 한 예로 바르샤바에서 1백km나 떨어진 남부 라돔시에선 가솔린 부족으로 경찰차가 순찰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현실에 처해있다.
얼마전 체코 프라하 카를로바대 학생들은 장비부족을 겪고 있는 프라하시 경찰에 방탄조끼와 워키토키를 기증하기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시 경찰은 최근 장비개선을 위해 1차로 독일제 신형 아우디·BMW등 순찰차 37대를 새로 들여왔으나 아직도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반해 범죄조직들은 서방제 고속차량·자동무기·첨단통신장비를 동원, 마치 경찰을 비웃듯 범죄를 저지르고있다.
이들은 강도·절도·매춘·마약매매·밀수등을 통해 엄청난 수입을 올린다. 특히 최근 들어 경보·방범장치가 허술한 교회·박물관등을 노려 희귀 미술품을 훔쳐내고 있다.
지난 5월 프라하 시립박물관에신 피카소등 고가의 회화 3점이 도난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유럽 각국에 산재한 박물관·교회에선 최근 성주·성상·미술품 도난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이들은 홈쳐낸 미술품들을 비밀루트를 통해 서유럽 각국, 특히 독일에 주로 내다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범죄조직들이 노리는 또 하나 인기품목은 서방제승용차. 이 부문에선 폴란드가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구 4천만명에 자동차 4백만대인 「자동차대국」폴란드엔 최근 차량도난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자동차마다 도난경보장치는 필수이며, 대낮 큰길가에 주차를 하면 유리창을 깨고 카스테레오를 뜯어간다.
관광안내원 안제이 클로신스키씨(48)는 바르샤바 시내곳곳에서 들리는 자동차 도난경보음이 이젠 바르샤바의 명물이 됐다고 개탄한다.
폴란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동유럽 제1의 차량절도국이라는 불명예스런 딱지가 붙었다.
폴란드 차량절도범들이 대상으로 삼는 지역은 이웃 독일. 독일연방정부 범죄수사국이 최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 87년부터 지금까지 약3억달러어치의 독일차량이 폴란드로 「유괴」당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홈친 차량들을 폴란드 국내뿐아니라 소련·동유럽 각국으로 내다팔고 있다. 때문에 동유럽에선 폴란드에 가면 서유럽제 고급차를 싼값에 살수 있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있다.
폴란드가 이처럼 차량도난의 천국으로 국제사회에서 이미지가 나빠지자 폴란드정부는 이를 개선할 목적으로 최근 차량도난에 관한 자료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도난당한 외제차량은 약 5천대로 이중 1천대가 외국에서 불법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들은 실제 숫자는 이보다 4∼5배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같은 범죄발생 증가추세와 함께 사회치안상황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프라하 밤거리는 이제 혼자 다니기 어려운 상황이고 부다페스트에선 청소년 비행이 급격히 늘고있다.
지난 2월말 현재 폴란드에선 약2만정의 호신용 가스총이 팔린 것으로 집계돼 있다.
바르샤바시내 문화궁전앞에 문을 연 한 호신용구점 주인은 l백48만 즐로티(한학 약11만원)짜리 독일제 가스총이 매일 10자루 이상씩 팔려나간다고 말한다.
개방의 필연적 결과로 사회도덕적 차원에서도 혼란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한 헝가리 시사주간지는 부다페스트가 「유럽의 방콕」으로 전락했다면서 개혁이후 성공한 것이 있다면 섹스산업뿐이라고 개탄한다.
공산치하에서 매춘이란 「더러운 말」이었으나 이제 사회주의가 더러운 말이 되고 매춘은 「수지맞는 장사」가 되고있다.
부다페스트 라코치광장에는 밤이면 요란한 몸치장을 한 거리의 여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국적도 비단 헝가리뿐 아니라 소련·기타 동유럽·터키, 그리고 집시등 다양하다.
마사지 팔러·나이트클럽도 성업중이다. 학교 불과 2백m 앞에 포르노 잡지·비디오·기타 섹스용품을 파는 섹스 숍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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